자오나눔 2007. 1. 16. 13:57
누나 뒤 쫄랑쫄랑 따라
윗동네 아랫동네 어른들께
선물 돌리던 까치 설날 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영순이네 감나무엔
꼬리 달린 연이 걸려 있었고
어슴프레 얼굴내민 초생달은
꼬맹이들 종종걸음 귀여워 빛을 더 내고 있었다.

앞선 누나
안개같은 어둠잡아 챌 때
돌 담 위 파란눈 고양이 괴성을 지른다.
두눈 감고 누나 뒤 쫄랑쫄랑
누나! 같이 가!
눈뜨고 온나 나도 무섭다.

앞선 누나 잰걸음 따라가는
내 뒤엔
경남이네 할아버지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몽달 귀신이
혓바닥 내밀고,
오금 저리게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