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나눔 2007. 1. 17. 11:53
      예배를 마치고 바로  점심상을 차린다. 널판지로 짜여진  예배당 마
   루 바닥은 참  시원하다. 남자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상을  펴고 주방에
   서 음식을 나른다. 주방엔 열심히 냉면을 삶고  헹구고 물기를 짜고 있
   고.... 맛있게 잡수시는  어른들, 숟가락도 잡을 수 없는  손이지만 용하
   게 숟가락을 끼워 잘도 잡수신다. 맛있다며  두그릇씩 잡수시는 어른들
   을 부지런히 수발하는 남자 봉사자들이 참으로  보기 좋다. 어르신들이
   다 잡수고  난 후에야 봉사자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주방에서  땀으로
   목욕한 여자  봉사자들이 밝은 모습으로  예배당으로 들어 온다.  매운
   비빔냉면으로 상을 차린  걸 보니 육수가 부족했나 보다.  어른들께 푸
   짐하게 대접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듯.

      주방에서 설거지도 끝나고 화장실 만들기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
   태님은 화장실 대청소를 하고 있다. 세제를 풀어  바닥에 앉아 변기 구
   석구석까지 닦고 있다. 뜨거운 여름에 구슬땀을  흘리며 화장실 특유의
   냄새를 맡으면서고 감사함으로 청소하고  있는 성태님... 참 보기 좋다.
   윤건주 목사님은 내일 페인트 작업을 할 도구들을 사러 녹동으로 나가
   신다.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심방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음료수와 과자를 사 오게 한다. 조별로 나뉘어 주민들이 사는 마
   을로 내려간다. 먼저  도착한 김용덕 할머님 댁엔 1조가 들어  가게 한
   다. 그 다음엔 정씨 할머님  댁엔 2조를, 내가 속한 3조는 최무경 할아
   버님 댁으로 들어간다.  도착하자마자 기도를 한 후 간단한  인사를 나
   누고 바로 대청소에 들어간다. 마음대로 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할아버
   지는 혼자 사시다 보니 아무래도 살림이  엉망이다. 부엌에선 정배님과
   진영님이 빨래를 한다. 부지런히 빨랫감은 부엌으로 나가고, 방에선 철
   순님과 영민이가 청소를 한다. 방을 닦던  철순집사님 눈물인지 땀인지
   방바닦에 떨구고 있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이
   제야 집이 깔끔하다. 비록  벽지는 색이 바랬고, 문짝은 낡았어도 기분
   이 좋다. 심한 악취도 많이 가셨다. 아니 우리들이 그 냄새에 익숙해져
   버렸다.

      잠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찬송도 몇 곡 부르고 참 좋았다. 마지
   막으로 최무경 할아버지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시고, 기도
   까지 부탁했다. 할아버지는 82년을 사셨다. 현충일 때 방문시는 82년만
   에 처음 냉면을  드셨다고 고백한 분이시다. 나이를 먹고  몸이 불편하
   다 보니 소변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교회를 갈 수  없었단다. 그
   런데 기저귀를 차고 난 후부터는  마음대로 갈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고 고백을 하시는 거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러면서 성
   경 잠언  3장과 시편 103편을 암송해  주시는 거다. 우리 일행은  기가
   죽을 수밖에.... 마무리 기도를  해 주시면서 당신의 기도는 한 개도 없
   고 모두가 나라와 민족, 조국 통일,  위정자들, 그리고 방문자들을 위한
   기도를 해 주시는  거다.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기 위해  최무경 할아버
   님 댁으로 인도하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집을 가기 위해 우
   리는 인사를 드리며 일어선다.
      정씨 할아버님 댁으로 이동을 한다. 두분 모두  무릎 이하로 떨어져
   나가고 없지만 그 몸으로도 더 어려운 분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분들이
   다. 육지에 자녀들이 살고 있어 비교적 깔끔하게 해 놓고 사신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한  기도를 들었다. 눈물이 난다.  어느새 시간이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