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인생의 반은 먹는 즐거움에 있다

자오나눔 2007. 1. 17. 14:43
세상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복지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특히 영세한 양로원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은 참으로 외롭다. 자식은 있어도 없는 것과 같고, 친구도 가족도 있었지만 대부분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홀로 남아 외롭게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양로원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지만, 상처를, 외로움을 마음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힘들어 입을 다물고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슴에 상처가 너무 크기에 누가 봉사를 가더라도 반가움이 일어나지를 않는다고 한다. 몇 번 왔다가 다시 오겠다고 약속해 놓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봉사자들에게도 서운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봉사도 시작하면 꾸준하게 해야하며 최하 3년은 그곳에 봉사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내가 몸살이 났는지 하루종일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다. 그러면서 양로원 어르신들께 무엇을 해드려야 맛있게 잡수실까? 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삼겹살 사다가 곁에 앉아서 구워 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네~'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자고 한다.  휴대용 버너도 두 개 싣고, 고기를 구울 판도 두 개 싣는다. 이번에는 함께 갈 봉사자가 없어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차에 싣고 우리 부부만 간다.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하여 싱싱한 재료들을 산다.

마지막 꽃샘추위란다.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다. 산 속 길을 30여분 달려 백합양로원에 도착한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탓인지 문을 꼭 닫고 조용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목사님은 작업중이고 어르신들은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반가운 인사소리와 함께 양로원이 금방 활기를 찾는다. 아내는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먼저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이고 상을 차린다. 나는 할머님들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꽃이다. 목사님과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눈다. 고난주간에 대한 이야기, 복지시설의 문제점 등, 이런저런 이야기 할 것이 많다. 삼겹살을 미리 굽는다. 불 조절을 잘못하여 금새 고기가 탄다. 연기가 거실에 가득 찼다. 환기를 시킨 후 서서히 고기를 굽는다. 푸짐하게 상이 차려졌다. 봉사자가 부족하기에 목사님과 할머님 한 분이 도와 주신다. 어르신들이 상에 둘러앉았고 식사가 시작된다. 일부 어르신은 이빨이 안 좋아 고기를 드시지 못하는 분도 계신다. 그런 분은 된장찌개와 다른 반찬으로 식사를 하신다. 죽을 드셔야 하는 할머님도 계셨다. 마침 쑤어놓은 죽이 있어서 따로 차려 드리면 되었다.

언제나 식사시간에는 행복하다. 그래서 인생의 반은 먹는 즐거움에 있다고 했는가 보다. 함께 앉아서 식사 할 때는 고기를 안 드신다던 할머님이 다른 할머님을 시켜서 고기를 가져다 달라고 하셨나 보다. 맛있게 먹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던가 보다. 상추와 고기와 쌈장과 고추 마늘 등을 담아서 할머님께 드리는 아내의 모습이 곱다. 미소가 고운 할머님 한 분이 상을 치워주신다. 아내는 부지런히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대문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 주시는 목사님과 할머님 한 분, 바람이 매섭게 분다. 어서 들어가시라며 차에 오르는 우리,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주시던 할머님. 정이다. 사랑이다.

2005. 3. 24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