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나눔 2007. 8. 25. 09:18
 

범죄의 재구성


대인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내려주신 크고도 큰 복이다. 가족에게 한없는 신뢰를 할 수 있고, 내 친구에게, 내 지인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존재라면 그 사람은 일단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지 않는 중년의 세월을 살다보니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많이 사귀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 아는 것이 재산이다.’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들은 “세상에서 믿을 사람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 믿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100% 다 믿지 말아야 할 부류가 있는데, 탈북자들과 재소자들이라고 한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사상 교육을 받았는지 남한에서 그들의 사상을 고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 또 한 부류가 있는데 전과자들이라고 한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하지만, 출소하고 난 후에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한다. 출소 후에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았을 때는 그런대로 이겨내지만, 생활이 어렵고 주변의 냉대가 심해지곤 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감옥으로의 회귀 본능이 생긴다고 한다. 그때 감옥 안에서 함께 살았던 재소자들로부터 배웠던 기술(?)을 써 보고 싶은 강학 유혹이 생긴다고 한다.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을 했고, 신앙도 가지고 기도하며 살아가지만 궁핍한 생활과 전과자라는 주변의 냉대와 멸시를 받을 때면, ‘안 걸리고 한 탕만 잘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유혹이 참 크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죄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양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0년을 넘게 매월 안양교도소를 찾아가 장애인 재소자들과 예배와 친교를 나누고 오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돌이켜 보면 교도소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다가 만기 출소한 재소자를 교도소에서 다시 만났을 때였다. 그가 얄밉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도 내 욕심이었다. 출소한 재소자를 누가 채용하여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겠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일용직 근로자로 많이 진출을 하는데 거기에는 또 다른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힘들게 일하면 새참이나 식사시간에 술을 한잔씩 하게 되는데 그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진맥진해 있을 때 다른 일군들은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다시 기운을 차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마시고 싶다는 것이다. 한두 번 거절하다가 결국 마시게 되고, 한잔이 자꾸 늘어서 한잔이 두잔 되고 두 잔이 열잔 되고 그런다는 것이다. 술이 들어가면 쓸데없는 만용이 생기고 동료들과 싸움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러면 어김없이 교도소로 들어와야 하는 처지가 된단다. 합의를 봐야하는데 ‘돈도 없으니 몸으로 대신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출소한 재소자들이 더 어려운 경우를 당하기도 할 것이다. 출소자들이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웃의 배려도 참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소자들 자신이 전과자라는 것을 절대로 밝히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죄 값을 다 치르고 나온 교도소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부러 밝혀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게 만들 필요가 어디 있는가. 그러면 결국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범죄의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것은, 안 좋은 것은 무화과 잎으로라도 가려야 한다.’는 말을 기억한다. 밝혀서 좋을 것도 있겠지만 덮어두고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많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는 무화과 잎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렸지만, 하나님은 양을 잡아서 가죽옷을 만들어 아담과 하와를 죄를 덮어 주셨고 치부도 가려주었다는 것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