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꼭 해야 한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식사를 하고 가자고 했다. 아침 점심을 건너뛰었으니 배가 고플 만도 하다.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화행사를 다녀오는 길이다.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갈 때면 라면을 먹더라도 먹고 가자고 한다. 집에 가면 남편들이야 옷 벗고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아내들은 쉬지도 못하고 식사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게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식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순두부집에서 식사를 시켜 놓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일벌이기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교도소에 가져갈 음식과 물품들을 챙기느라 바빴는데…….
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새삼 느낀다. 날씨가 추웠다. 교도소 안은 더 춥다. 교도관이 마중을 나오셨다.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벌서 11년째 들어섰다. 참 많은 분들이 동참했었는데 교도소라는 특성 때문인지 함께 하는 분들이 많이 줄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다섯 명이다. 재소자들에게 교화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려면 최하 다섯 명은 되어야 한다. 점점 줄어가는 교도소 봉사자들로 인해 내 마음이 무겁다.
교도관으로부터 예상했던 재소자가 80명보다 더 많이 참석하여 어쩔 수 없이 동참을 시켰다며 100명이 넘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이 큰 아내는 음식을 준비할 때 항상 넉넉하게 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예상인원보다 30명분을 더 추가로 마련해 갔는데 무리 없이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두툼하게 푸른 죄수복을 입은 재소자들이 원탁이 있는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악대는 연주를 하며 찬양을 부르고 있고.
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기도를 한 후에 악대들과 악수를 하는데 눈에 익은 재소자가 눈에 띈다. 분명 3개월 전에 출소하여 부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며 감사의 전화를 해 왔는데 교도소에 들어와 있다. 뭔 이런 일이 다…….
마이크 앞으로 나가 간단한 안부를 묻고 행사의 진행 순서들을 이야기 해 준다. 그러면서 재소자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행사를 진행시킨다. 백집사님은 변함없이 악보를 프린트 해 오셨다. 재소자들에게 골고루 나눠드리고 악대의 연주에 맞춰 뜨겁게 찬양을 인도하신다. 재소자와 함께 뜨겁게 찬양을 한다. 30여분을 찬양하고 나니 분위기가 좋아진다. 윤목사님이 기도를 하신다. 원래 설교를 해야 하는데 나이 잡수신 강 목사님께 양보를 하시고 기도를 하신다. 7년의 교화행사를 해 오신 베테랑답다. 강 목사님은 트레이드마크인 ‘하나님 사랑합니다.’를 맨 처음 시작하면서 귀한 말씀을 전해 주신다. 나는 그 사이에 면담 장소에 가서 장애인 재소자와 면담을 한다. 왜 다시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파악하고,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보통 재소자들은 세상에서 자기들을 받아 주지 않기 때문에 다시 들어 왔다고 한다. 그럴 때는 참 마음이 아프다. 이번 재소자는 출소 후에 저지른 죄가 아닌 오래 전에 저질렀던 죄가 밝혀져서 4년을 받았단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권면하고 또 들어 준다. 이번 기회에 교도소에서 공부하여 대입 검정고시를 보라고 했다. 전에 있었던 어느 재소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낙망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한번 해 보라고 권면을 해 준다. 윤목사님의 축도를 끝으로 1부 예배가 끝났다.
2부 행사가 시작됐다. 준비해간 음식을 나누도록 했다. 교도소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음식들이라 인기가 좋다. 아무리 먹기 위해 참석한 교화행사라 할지라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재소자들을 보니 아내의 수고가 참 고마웠다. 마이크를 잡고 성경 필사에 대해 설명을 해 주며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써 보라고 권면을 한다. 내가 잡고 있는 것,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성시 암송과 말씀을 암송하겠다고 유만* 형제가 신청을 해 왔다. 한 달에 2-3번은 내게 편지를 보내온 재소자다. 마이크에 익숙하지 않아 떨고 있었지만 열정이 참 좋았다. 저 많은 성시들을 어떻게 암송을 했는지 대단하다.
악대들에게 신청곡을 부탁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모두가 한 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부른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 되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 모습을 하나님께 분명 보고 계시리라. 재소자 악대들이 어찌나 찬양을 잘하는지……. 들을 때마다 감동이다. 작사 작곡을 했다는 십자가의 길을 불러 줄 때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저렇게 귀한 달란트를 가지고도 제대로 피워 보지 못하고 재소자가 되었으니 참 안타깝다. 다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2부 행사를 진행하며 재소자들이 떠들 때는 더 목소리를 줄이거나 멈추고 말을 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전에는 박수한번 박수 두 번, 하면서 강제적으로 조용하게 했는데 많이 늘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든 재소자들이 내가 마이크를 잡으면 많이 협조를 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교정위원이라는 직함에 파워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2월에 출소할 재소자가 다섯 분이 있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 드리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뜨거움이 올라오며 목이 터져라 기도를 해 드렸다. 참 좋았다.
악수를 하고 나오다가 교무과장님과 면담을 가졌다. 다섯 명이 모두 교무과장실로 초대되어 면담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다. 4월에 있을 장애인의 날 행사를 위해 두 달 전에 미리 부탁을 드린다. 반입할 음식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허락을 받아 낸다. 출소자들이 다시 들어오는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드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니 좋았다. 정부에서 전국 각지에 있는 교도소 주변에 두부공장을 만들어 놓고, 사택도 멋지게 지어 놓고 출소한 분들 중에 희망자에 한해서 두부공장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부를 만들 콩은 우리 농산물로 하고, 두부는 군부대와 교도소에 납품하면 두부 만들어 내느라 쉬는 날이 없을 것이며, 그 덕분에 월급도 많이 받고 복지혜택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재소자들의 재범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목사님도 곁에서 특화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주신다.
교무과장님과의 면담도 마치고 교정위원실에 들려 사물함에 넣어 두었던 소지품을 찾는다. 각자 돌아가야 할 길이 멀다. 아내는 행사 때 성시를 암송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재소자에게 영치금을 넣어 주러 사무실로 간다. 두 분 목사님 먼저 떠나시고 백집사님도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차에 올라 시동을 켜 따뜻하게 해 놓고 있다. 저만치 아내가 오고 있다. 이제 집에 가자. 가다가 밥 먹고 가자. 그렇게 하루가 다 갔다. 참으로 중요한 사역인데, 꼭 해야 할 사역인데 동참하는 분이 적다. 허긴……. 아무리 사역이라지만 교도소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라고……. 그래도 나는 한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니까. 그리고 한사람의 재범자를 줄이면 내 가족이 더 안전해지니까. 그래서 꼭 해야 한다.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이니까.
2008. 2. 11.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