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편지
[나눔의 편지 535] 근사한 녀석들
자오나눔
2008. 2. 16. 14:56
아들이 드디어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식이라며 조금 일찍 가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날씨가 상당히 춥기에 학교에 태워다 주려고 나왔는데,
녀석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습니다.
“졸업식 하러 가면서 뭘 가져가야 하는 거니?”
“아니요~ 교복이에요.”
“응? 교복은 너 입고 있는데?”
겸연쩍게 머리를 만지며 하는 말
“교복사서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커버려서 교복이 새 거 그대로였거든요.”
“응, 그런데?”
“그걸 후배한테 물려주려고요.”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갑자기 녀석이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있었습니다. 근사했습니다.
아들에게 또 물었습니다.
“그 후배는 옷 물려주면 입겠데?”
“네~ 갑자기 제가 커버려서 교복사서 한 달도 못 입고 놔둔걸 알아요.”
“응 그런데?”
“가난한 후배인데 교복 말했더니 좋아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아들도 멋있었지만,
선배가 입던 교복을 기쁘게 물려 입겠다는 후배도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정말 근사해 보였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잘 간직하여 어른이 된다면, 더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정말 근사한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녀석들의 뒤통수조차도 근사해 보였습니다.
마 5:16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2008. 2. 16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