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스크랩] 포천 낮은자의 집(저기 보이는 파란 지붕)

자오나눔 2009. 8. 28. 13:43

저기 보이는 파란 지붕


지난 7월에 민 집사님이 시동생이 살고 있는 장애인 시설이야기를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방문하기로 했는데 이번 18일에 이루어졌다. 원래 17일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민 집사님 시동생이 월요일에는 신장투석을 받으러 가야하기에 자리에 없다는 말을 듣고 18일로 연기를 했다. 함께 방문할 분들이 없다. 백집사님께 전화하여 참석해 달라 부탁을 드리고, 이 집사님께 부탁하여 봉사 갈 준비를 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네 명이 참석을 하게 된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오셔서 이것저것 봉사 갈 준비를 하시는 이 집사님, 장애인 시설에 가서 밥과 국과 고등어조림만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미리 준비를 해서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 놓으신다.

일찍 출발을 했지만 길을 모르니 내비게이션에 의존을 하다 보니 주로 요금을 내는 도로로만 안내를 해 준다. 길을 모르니 돌고 돌아 포천 일동으로 이동을 한다. 중간에 무슨 사고가 났는지 차들이 멈춰 버린다. 30여분이 지나니 풀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을지훈련 중이었단다. 어렵사리 민 집사님을 만나 합류를 한다. 남편이 후원해 주셨다는 절편과 인절미가 담겨진 떡 상자를 차에 싣는다. 이 집사님과 민 집사님 반가운 만남에 신났다. 한적한 시골길을 다시 달린다.


모퉁이 돌아 파란 지붕이 낮은 자의 집이란다. 길에 젊은 청년이 마중 나와 있다. 외로운 사람이다. 어느 사회복지시설이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슴에 외로움을 품고 살아간다.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기다렸어요. 저는 명표에요. 열여섯이고요…….” 차에서 쌀을 번쩍 들고 가면서도 정신없이 이야기를 꺼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낮은 자의 집에 사는 지적장애인이고 18세 소년이었다. 내 아들과 동갑이다. 한가롭게 앉아 있는 장애인들도 보이고 반가움에 스킨십을 하는 장애인도 있다. 이 집사님과 민 집사님은 주방으로 들어가 열심히 점심 준비다. 얼굴이 붉은 덩치 큰 장애인이 나에게 화투를 달라고 투정이다. 이름이 상득이라고 했다. 서른여섯 살. 평소 놀이기구가 화투란다. 그런데 말을 안 들어 벌로 화투 놀이를 못하는 거란다. 벌을 받는 것이라면 화투를 주면 안 된다고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다. “내 이름이 뭔지 알아요? 영심이에요.” 영심이라는 자매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나에게만 가르쳐 준다며 자기 나이는 스물여섯이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른둘이었다.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아느냐고 묻는다. 모른다고 했더니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종이를 가져와 열심히 접는다. 중간에 백집사님도 도착했다.


주방에서 열심히 수고를 해 주신 덕분에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식사기도를 해 드리니 모두가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하신다. 점심상에 인절미와 절편, 수박까지 차려지니 푸짐한 수라상이 된 것 같다. 역시 여자들은 위대하다. 차를 한잔씩 마시며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여전히 상득씨는 화투를 달라고 투정이고, 어느 할아버지는 화투로 패를 띠고 계신다. 상득씨 그걸 보더니 하고 싶어서 눈에 불난다. 민 집사님 시동생과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느라 정신없다. 동갑내기 시동생이고 자기 연애할 때 형에게 라면 값도 대주며 형과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이라며 시동생을 소개한다. 참 선하게 생기셨는데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시고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하신단다. 소래 아줌마, 수줍음을 타면서도 안마를 잘해주는 듯 했다. 이 집사님과 이야기도 나누며 안마도 해 주신다. 영심씨 종이로 하트를 접어서 백집사님께 선물을 한다. 한참을 함께 어울린다. 시간은 잘도 간다. 돌아갈 길을 생각해 일어서기로 한다. 모두 모여 잠시 기도를 했다. 건강하게 예수 잘 믿고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환경도 열어 달라고……. 자리에 일어나 차에 타고 떠나는 순간까지 배웅을 해 주신다. 차가 모퉁이를 돌아간다. 백미러에는 들판과 도로만 보인다.


2009.8. 17.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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