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단상] 이별 연습

자오나눔 2007. 1. 17. 10:56
녀석과 함께 병원에 간 아내의 절규에 가까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함께 병원에 간 녀석이 심장마비로 하늘 나라에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성도교회 오성규 목사님께 전화하여 차를 타고 함께 병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급하게 오빠에게 전화를 하여 병원으로 달려오게 하고, 함께 안치실로 내려 갔습니다.

이미 숨을 거둔 고인을 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숨이 가빠서 평소 똑바로 누워서 잠 한번 자보지 못한 녀석... 항상 엎어 자거나 옆으로 누워서 자야했던 녀석이 가장 편하게 누워서 정말 평안한 얼굴로 자고 있었습니다. 평소 잠버릇 처럼 한쪽 눈은 살짝 뜬 채로...
믿어 지지 않았고..., 하나님을 목이 터져라 찾았지만 녀석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 버렸습니다.
엉성한 나의 손으로 녀석의 눈을 감겨주며
"잘가라... 먼저 가서 원장님 자리도 잡아 놓으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늘 나라에서 함께 살게 될거야..."

그제 아침에 운동한다며 세발 자전거를 타고 있기에, 화이팅!!! 한번 해 줬더니 기분이 100배나 좋다고 하던 녀석인데...
오빠와 고모의 말로는 병원서 스므살까지 살기도 힘들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준 것도 감사하고, 쉼터에 가서 마음껏 사랑받다가 이렇게 하늘 나라에 갔으니 오히려 고맙다며 수고 많았다며... 거꾸로 위로해 주시는 유족들 덕분에 울음바다가 되고...
항상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을 자주 해 줬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속도 상하고, 눈물도 나고 그럽니다.

장애인 공동체를 운영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 더 그러겠지요. 장례를 세 번 치뤄보면 사람들은 철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무상도 느낄 것이고, 생명의 소중함도 느낄 것이고, 살아 있는 동안에 해야 할 일이 있음도 느낄 것입니다. 사람은 이별하기 위해 만난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별 연습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몸이 연약하여 언제 하늘나라에 갈지 모를 중증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이며, 하늘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살아 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보다 더 절실하게 말입니다.

이 글을 고인이 된 김정겸 자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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