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집을 떠난 다는 것.

자오나눔 2007. 1. 26. 02:04

사람이 자기 거처를 떠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쉼터를 떠난 것은 소록도 봉사 같을 때나, 해외 선교를 갔을 때 말고는 한번도 없었다. 일주일에 3-4일을 기숙사에 보내고 나머지 3-4일은 쉼터에서 보내는 생활을 3년 동안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갈등을 겪게 한다. 기숙사 시설이 양호한 것이 아니기에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올 때 그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목회자의 길을 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일이기에 많이 도망 다녔었다. 그러나 결국 신대원에 입학하고, 이렇게 신대원 기숙사에 여장을 풀고 만학도의 길을 가려고 준비 중이다. 당장 내일 아침 8시 50분부터 강의를 들어야 한단다. 마침 기숙사에는 3년차 선배들이 두 분 한방을 사용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 주저했는데 막상 와 보니 마음은 편하다.

기숙사에 짐을 풀고 수강할 과목을 선정해 놨다. 미얀마 비전트립을 다녀온 덕분에 오리엔테이션도 참석하지 못하고, 계절학기인 히브리어도 듣지 못했다.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수강할 과목을 정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강을 하기로 했다. 아직 야간 운전이 서툴기에 목요일에는 오전 강의를 듣고 채플만 하고 끝내기로 했다. 1학기 동안은 이렇게 하여 운전을 연습해야겠다. 2학기부터는 더 많은 과목을 수강해야겠지.

지하에 있는 식당에 내려가 저녁을 먹었다. 휠체어를 타면 멀리 돌아서 가야하기에 같은 방을 사용하는 선배 전도사님의 어깨를 빌려 계단으로 내려갔다. 기숙사 비가 싸다 생각했는데 아침만 준단다. 점심과 저녁은 개인이 학생식당에서 사 먹어야 한단다. 신대원생들에게는 경제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하루해가 저물었다. 낮에 준열이를 옆에 태우고 운전하고 내려왔는데 녀석이 운전에 대하여 관심이 아주 많음을 알았다. 차에 대한 기능도 어느새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하는 것이라며 대학생 되면 면허 따서 운전하라고 못을 박아 놨다. 아내와 아들이 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는데 아내 생각이 절로 난다. 아내가 나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했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평생 사랑해야 할 사람이다. 내 생에 처음으로 기숙사에 들어왔기에 마음을 적어 본다. 감사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2006.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