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편지

[나눔의 편지 526] 다르다고 나쁜 건 아니잖아요.

자오나눔 2007. 12. 7. 12:14
일기예보에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하기에

눈 대신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눈이 쌓인 걸 생각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올 거라면 눈 대신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눈보다 비가 덜 힘듭니다.

어차피 힘들지만 덜 힘든 쪽을 원하고 택하려는 게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지인이 늦장가를 갔습니다.

친한 사람들이 결혼을 축하해 줄 겸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신부가 예쁘고 착한데 지능이 약간 부족합니다.

이유 없이 웃기도 잘하고 실수도 잘합니다.

모든 것을 일일이 가르쳐 주며 살아가는 남편에게 지인이 말했습니다.

“서로가 많이 다르네요.”

그 남편을 위로한다고 조심스럽게 한 말입니다.

그 때 그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내 생각과 다르다고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의 모습이 나와 다르다고 나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를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도 나를 자기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분이 보실 땐 열 손가락 중에 한 개와 같겠지요.

단지 크기가 다르고 용도가 약간 다르지만

깨물면 똑 같이 아픈 손가락처럼 말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2007. 12. 7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