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도착한 안양교도소 정문 주차장. 장애인 재소자 교화행사에 처음 참석하는 회원들을 기다리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번에 참석하는 분들은 춘천, 온양, 태안, 장호원, 의정부, 인천, 서울, 화성. 이렇게 여러 지역에서 동참을 하셨다. 끝까지 한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서서히 느껴가고 있는 요즘, 함께 하는 동역자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힘을 낼 수 있다.
요즘 허리가 많이 줄었다. 10cm 정도 허리띠를 줄여야 할 듯하다. 바지가 자구 흘러내린다. 허리띠를 풀고 10cm정도 잘라냈다. 허리띠를 잘라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쓸모없으면 잘리는구나.’ 어쩌면 우리 인간사와 똑같은지……. 열심히 살지만,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의 역할이 다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수많은 점 같은 사람이지만, 그 점들의 만남이 선을 만들고 글자를 만들어 가듯, 각자의 역할들이 모여서 조직을 이루고 이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년 동안 매월 한 번씩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을 찾아오지만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마땅한 답이 안 나온다. 그러면 의미 없이 그냥 습관 따라 사역을 해 왔다는 말일까? 다시 생각하니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다. 11년 전부터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며 나 같은 장애인도 하나님 믿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니 힘내시고 출소하여 신앙생활 잘 하며 열심히 살아가시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필사하며 그 큰 은혜를 체험해 보시라며, 내가 경험했던 은혜, 내가 만난 하나님을 소개하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온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자오나눔선교회 리더로서 마음이 멋지고 근사한 동역자들의 도움을 받아 아름답게 나눔의 사역을 해 왔음을 감사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정리를 하다 보니 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은 다가왔다. 한분 두 분 주차장으로 모이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에 경비병들의 간단한 확인을 받는다. ‘교정위원’이라는 명찰이 많은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어 준다. 차를 교정위원 주차장에 세우고 교정위원실로 이동을 한다. 목사님들도 만나고 서로가 인사를 나눈다. 처음 참석한 분도 다섯 분이나 되니 서로가 소개를 하도록 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오랜 가족 같다는 인사들이 반갑다. 한마음으로 한 사역을 위하여 기도해 왔고 함께 하기에 더 그럴 것이다. 담담 교도관이 마중을 나오시고 몇 가지 절차를 통과한다. 교도소를 새로 건축해야 하기에 기초 공사들을 하고 있다. 3단계를 걸쳐서 공사를 하기에 경비도 삼엄하다.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더 까다로워진 통과 절차에 간단한 항의도 해 본다. 마침 교무과장님을 만나 절차가 압축된다.
여전히 교도소 안은 춥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3도 정도 차이가 나는 듯하다. 그만큼 체감 온도가 낮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마음이 추워서 그러는 걸까?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에 마음들이 추워져서 그러는 걸까? 아무튼 그렇다.
찬송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교화행사가 있는 날은 희망자에 한해서 교화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주로 크리스천 장애인 재소자들이 모이지만 비크리스천 재소자도 많이 참석한다. 마련해간 선물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가 좋아서 참석하시는 분들이다. 교화행사가 기독교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불만이 있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교화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상담을 해 줄 때면 기독교적인 진행에 대하여 불만을 터트리는 재소자가 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설명을 해 주면 이해를 하고 웃으며 동참을 해 준다. 그럴 땐 참 고맙다. 그래도 1년에 두 번, 장애인의 날 행사 때와 12월 송년 행사 때는 종교를 초월하여 재소자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래서 12월 행사 때는 1시간을 재소자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
이번에 참석하여 설교를 해 주신 최정열 목사님은 지체 장애인이면서 인천에서 직업학교인 명진 전문학교를 이끌어 가고 계시는 교장선생님이시다. 소중한 말씀을 전해 주셨다. 설교노트를 가지고 다니시는 걸 보고 찔렸다. 난 그렇게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음가수이며 인천동문교회에 출석하시는 문경미 집사님이 함께 오셔서 찬양을 해 주신다. 이번에는 인천동문교회에서 음식과 다과를 마련해 주셨다. 참 감사하다. 12월에는 어느 천사가 교화행사 음식을 해 주실 것인지 기대하며 기도를 한다. 칠순의 소녀 김은배 전도사님, 나를 보더니 “우리 양전도사님 많이 말랐는데 기운차려야지요.” 하시며 나를 포옹해 주신다. 김은배 전도사님과 박경용 목사님의 마당발이 큰 역할을 해 주셨다. 장애인 사역에 큰 비전을 가지고 계시는 박목사님은 육군교도소 교정위원이시다. 참석한 분들을 한분 모두 소개를 드렸다. 그러면서 성경 필사지를 마련해 왔으니 성경 필사에 도전하시라고 멘트를 던져 놓는다. 우리 자오의 교정사역에는 찬양과 함께 항상 이분이 계신다. 강북제일교회에 다니시는 백승주 집사님이다. 나와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집사님의 찬양인도가 멋들어지게 진행된다. 박목사님 기도, 문 집사님 특송, 최목사님 설교와 축도. 이렇게 1부 예배가 간단하게 끝난다.
2부 순서를 이끌어 간다. 허리띠를 잘랐던 이야기를 하며 열매로 판단을 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 했다. 재소자들에게 성경 필사에 대하여 열심히 잔소리를 해 대는 나를 발견한다. 설명이 끝난 후 성경 필사에 도전해 보실 분 손들라 하니 5명이 손을 든다. 다시 불꽃이 살아나고 있다. 감사했다. 준비한 책이 4권밖에 없었다. 한분이 양보하시라며 양보하실 분 손을 들라하니 한분이 손을 드신다. 그 마음이 따뜻해 영치금을 넣어 주기로 약속을 했다. 12월 교화 행사 땐 필사한 것을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모두 약속을 해 주신다. 참석한 여성분들이 찬양을 해 주신다. 떨지 않고 잘하신다. 나에게 보내온 어느 재소자의 편지를 최집사님께서 낭송을 해 주신다. 내레이터를 하셔도 좋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언젠간 그 목소리로 작품하나 만들어야겠다. ^_^*
상담을 요청한 재소자가 있어서 상담을 하러 간다. 백집사님께 나머지 진행을 맡겼다.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상담을 요청하는 마음이 고맙다. 상담을 마치고 오니 재소자들이 신나게 어울리고 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3시를 넘겼다. 벌써 끝내라고 신호가 올 텐데 조용하다. 행사 중에 교도소 간부들이 다녀가더니 효과가 있나? 아무튼 복음가수 문경미 집사님의 멋진 찬양을 앙코르로 듣는다. 우리 자오에서 해마다 하고 있는 자선음악회에도 단골로 출연을 시켜야겠다. 교도소 갈보리교회 성가대의 찬양을 앙코르로 듣고 11월에 출소할 분들을 위해 축복기도 해주시는 박경용 목사님. 축복 기도대로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하루가 길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너무나 짧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오늘 같은 날이 바로 그날이다. 너무나 짧게 느껴졌던 하루 말이다.
함께 해 주신 최정열 목사님, 박경용 목사님, 김은배 전도사님, 춘천에서 오신 김정애 집사님, 온양에서 오신 임연수 집사님, 태안에서 오신 이근실 집사님, 장호원에서 오신 최혜순 집사님, 장봉덕 집사님, 인천에서 오신 문경미 집사님, 나의 근사한 동역자 백승주 집사님.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2008. 11. 10.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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