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여전히 낯설지만…

자오나눔 2008. 10. 15. 16:43

이럴 때 속된 표현으로 ‘뻘쭘하다.’고 한단다. 교정사역 11년 동안 이렇게 낯설어 보기는 처음이다. 참석한 재소자들이 거의가 새로 바뀐 탓도 있겠지만 아내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 만에 찾아온 교도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예배 및 2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노라면 아내는 파티션이 되어있는 곳에서 모범수들과 함께, 아내가 정성스럽게 마련해 갔던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재소자들에게 나눠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는 보이지 않고 재소자 몇 명이 음식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낯설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시흥 은행동에 있는 은행교회에서 장성현 목사님과 벧엘 찬양단이 함께 해 주셨다. 기존 멤버로는 나와 백집사님 그리고 박목사님만 참석했다. 조전도사님이 새로운 멤버로 참석을 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함께 참석해야할 분 중 다섯 분이 참석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외롭지 않도록, 허전하지 않도록 은행교회 팀을 합류시켜 주신 하나님. 참 감사하다.


이번 교화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변함없이 재소자를 위한 교화행사가 진행되게 되었다며 고마워하는 재소자들의 말이 더 고맙다. 내겐 적잖은 위로가 되고 있었다. 백집사님의 찬양인도는 여전히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앰프의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 MR을 켤 수 없어 키보드를 직접 치면서 찬양을 불러 주신 정일혁 전도사님, 복음가수이면서 은행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다. 박경용 목사님의 기도와 벧엘 찬양단의 특송에 이어 장성현 목사님의 감사에 대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감사할 게 참으로 많은데 감사를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은 우리들이다. 조목조목 따라하게 하시며 감사의 조건들을 일러주시는 장목사님의 설교가 구수하다. 설교를 제대로 듣고 목사님이 질문을 하실 때 정확하게 대답을 해 준 재소자 한분이 목사님으로부터 영치금을 약속 받는다. 부러움과 아쉬움과 행복의 탄성들이 들려온다.


성경 필사를 하고 있는 재소자들이 한 사람도 없었다. 깜짝 놀랐다. 원인은 새로 바뀐 재소자들에게 성경필사에 대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경 필사에 대하여 메시지를 전했다. 한 달에 한번 마련된 교화행사의 주인공은 방문자들이 아니라 재소자 형제들이니 자신감을 가지고 동참하라고 주문을 했다. 찬양과 간증을 해준 재소자 형제들과 악대들에게 조전도사님이 준비해 오신 신앙서적을 선물로 드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는데 차에 두고 그냥 행사에 참석했다. 덕분에 자료 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급한 일정 때문에 음식을 차리고 먹어야 하는 시간에 은행교회 팀들이 철수를 한다. 나머지 시간은 기존 멤버와 재소자들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여전히 낯설지만 그래도 동참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번 달에 출소하는 재소자 형제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해 준다. 오지 말아야 할 곳 교도소, 입지 말아야 할 옷 푸른 죄수복, 다시는 들어오지 않고 열심히 세상을 이겨나가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당부를 해 본다. 그렇게 낯설게 시작하여 낯설게 마친 이번 교화행사. 다음 달에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나부터 마음 추스르고 참석을 해야겠다.


2008. 10. 1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