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편지

[나눔의 편지 615] 저는 벙어리입니다.

자오나눔 2011. 10. 15. 15:01

 

 

그의 나이 68세. 지적장애 3급이다.

주특기는 ‘수시로 가출하는 것’이다.

이번엔 가출을 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갔다.

경찰서와 파출소 182센터에까지 실종신고를 내 놓고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밤에 연락이 왔다.

전북 완주군 완주 파출소란다.

내려가다 보니 다시 연락이 왔다.

근처에 있는 친척에게 연락이 되어 씻긴다며 모시고 갔단다.

논산시 양촌면 신기리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모시고 왔다.

잡다한 짐들이 몇 뭉치 된다.

그때 내 눈에 띈 표지판….

‘저는 벙어리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매직으로 쓰여 있었다.

순간 앵벌이를 하다가 탈출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발견되었으니 감사했다.

살은 빠졌지만 무엇보다 건강하니 감사했다.


어제도 씻기고 아침에도 씻겼다.

모시고 나가 이발도 시켜 드리고 신발도 사 드렸다.

귀가 어두우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는 삼촌….

순간 필리핀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생각났다.

녀석도 청각장애인이다.


안양에서 보청기 가게를 하는 대학 동기에게 전화를 했다.

사정을 듣더니 반액으로 해 주겠다고 한다.

아날로그로 두 개를 해서 귀에 착용하게 했다.

표정이 밝아지며 난리다.

새로운 소리들을 듣는 환희….

집으로 돌아오며 잘 틀리냐고 물으니 “네!”라고 크게 대답하신다.

기분 좋은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콧노래로 따라 부른다.

하나님도 기분 좋으실 것 같았다.



[눅 15:22-24]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그들이 즐거워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