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스크랩] 과연 방법이 없는 것인가?

자오나눔 2012. 9. 23. 09:33

장애인의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안양교도소 교화행사도 장애인의 날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지난달에 재소자들께 다음 달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이니 여러분의 동참이 있기를 바란다며, 무엇인가 준비하여 함께 2시간을 꾸려 나가보자고 했었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찬양사역자인 고성선 목사님께 1시간 동안 집회할 준비를 해 오시라 했었다. 사모님과 함께 참석하신다는 연락이 왔다. 교도소에 참석자 명단을 미리 알렸다.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교도소 사역에 동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달엔 함께 다과를 나눌 간식도 푸짐하게 준비를 했다. 아침나절엔 밭에 나가 몇 가지 일을 해 놓고, 준비한 물품을 차에 싣게 했다. 최근에 우리 자오쉼터에 입소한 석천 삼촌이 나의 손발이 되어주며 많이 도와주신다. 원장님이 장애인이라 당신이 도와줘야 한다며 열심이다. 지적 장애인이지만 참으로 순수하다. 장애인 삼촌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출발했다.


교도소 정문부터 벚꽃이 만발이다. 개나리는 어느새 푸른 잎사귀를 삐죽하게 내밀고 있다. 해마다 안양교도소에서는 벚꽃 축제를 했었는데 올해도 할런지 모르겠다. 누구나 만발한 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철따라 내려주신 아름다운 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복이라는 것을 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경비병들께 교정위원증을 보여 주니 경례를 하며 통과시켜 주신다. 교정위원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김 목사님께서 도착하셨다. 반가운 악수 후 교정 사역에 대하여 의견들을 나눈다. 내 주장은 출소 후에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정신교육을 하고, 교도소를 몇 개를 더 건축한다고 하더라도, 출소 후에 살아갈 길이 없으면 다시 교도소로 올 수 밖에 없는 전과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종교계에서도 각 교회가 한 명의 출소자를 끌어안고, 각 성당에서도 한 명의 출소자를 끌어안을 수가 있다면 범죄율이 훨씬 줄어 들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보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백집사님이 도착하셨다. 박목사님과 고목사님 부부도 도착하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앉아 있는데 담당 교도관인 고주임 임이 오셨다. 박스를 한 개 주신다. 성경필사를 해 온 것이라 한다. 신장 투석을 하는 재소자가 쓴 성경이란다. 성경필사에 동참하여 마무리를 해 준 재소자 형제에게 감사했다.


백집사님의 은혜로운 멘트가 있는 찬양 인도가 끝나자 김 목사님의 뜨거운 기도가 이어진다. 기도가 끝나자 찬양사역자 ‘행복한사람들’인 고목사님 부부가 앞으로 나가신다. 고목사님이 시각장애인이라 사모님이 부축을 하여 함께 하신다. 서로 찬양하며 메시지도 전하며 은혜롭게 진행이 된다. 고목사님을 바라보는 사모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이 세상에 내 남편이 최고라는 표정이다. 아~ 고목사님이 부럽다. 재소자 형제들도 목이 터져라 함께 찬양을 한다. 뜨거운 찬양이 굳어 있던 재소자 형제들의 마음을 녹였다. 아니 주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녹여주셨다.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준비해간 간식을 나눈다. 쑥으로 만든 절편과 흰 절편, 백설기, 과일, 과자 커피, 둥굴레차 등이 차려진다. 먹을 때 조용한 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마찬가지인가? 재소자 형제들 세 명이 차례로 나와서 자신이 부르고 싶은 찬양을 한다. 가요를 불러도 되느냐는 문의가 왔다. 이시간은 재소자 형제들을 위한 시간이라며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반주가 협조를 못한다. 반주자가 서툴러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가요나 팝송은 들어 볼 기회가 없어졌다.

마이크를 잡았다. 성경 필사를 해 보라며 권면을 하는 내 모습, 성경 필사를 마친 형제와 앞으로 나와서 함께 해준 세 명의 형제들에게는 영치금을 넣어 주겠다고 했다. 그때야 나와서 노래 부르겠다는 형제가 나타났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데 그 때를 놓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멘트를 끝으로 박목사님께 마이크를 넘긴다. 안양교도소 사역 14년 동안 처음으로 3분 안에 내 메시지를 전하고 마이크를 넘긴 것 같다.


박목사님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주로 출소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다. 격려가 되고 힘이 되는 메시지들이다. 출소자를 위한 기도와 다른 기도 제목들을 놓고 뜨겁게 기도를 인도하신다. 마무리 기도까지 마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어진 2시간이 다 지나갔기 때문이다. 보안과에서 교도관들이 많이 나왔다. 음식물을 감방으로 반입할 수 없다며 모두 먹고 가거나 놓고 가라고 한다. 가져가려고 숨겨 놓았던 형제들은 아깝겠다. ^_^*


이번 달엔 처음 본 재소자 형제들이 많았다. 그들에게도 복음이 들어가고 그들이 성경필사도 하면서 담 안에서 하나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2. 4. 16.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나눔(양미동)-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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