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사랑 표현 법

자오나눔 2007. 1. 16. 13:32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새삼 깨닫는 것인데 내가 참 못됐다는 것이다. 내 성격이 유순한 것 같아도 날카롭고 난폭할 때도 많다는 것이다. 무엇을 표현하려 해도 글로는 부드럽게 표현이 되는데 말이나 행동으로는 터프가이 같다는 것이다. 요즘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나는 장비같은 용장은 될지 몰라도 유비처럼 덕장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유비같은 덕장이 되려면 더 많은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말씀과 기도로 연단이 된 다음에는 가능하리라 생각을 해 본다. 아직은 장비같은 용장이라 장비의 수염처럼 날카로운 표현 방법 때문에 지인들이 마음속에 상처를 받고있지는 않는지 반성을 해 본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시키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내 사랑 표현법이다. 내가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때로는 벅차서 못하는 것처럼 해 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그것을 할 때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탁을 하거나, 하라고 지시를 하기도 한다. 마음속에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법이라고 외치지만 입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그 속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몇 번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을 때는 보호 본능처럼 내 마음의 문을 닫아가기 시작한다. 빗장을 걸어 잠궈 버리면 열리지 않는다. 불혹의 나이가 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번 빗장을 잠궜다. 다시는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열쇠는 가루로 만들어 뿌려 버렸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 번 맺은 인연은 내 스스로 끊기를 두려워한다. 잠시 소홀은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으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상처를 받아 가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 간다. 일을 할 때도 그런 성격탓에 한번 연결된 사람들과는 오래도록 유대관계를 갖는다. 나눔지를 인쇄하는 것만 보더라도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나눔지를 2,700권씩 76개월째 발행하고 있는데 매달 문서 선교비로 지출되는 금액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곳 저곳에서 유혹이 많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이 소중해 그 자리를 지킨다. 물론 속상하고 그럴 때는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생각해도 대견스럽기는 하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 내 속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알게 될거라는 것... 그 믿음이 있기에 그 자리를 지킨다. 나도 사람인지라 힘들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힘들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힘들다 말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변하지 않는 주님을 더 찾게 되니 감사의 조건이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부탁을 하고 지시를 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하고 있다는 유대관계의 끈을 온몸에 묶어 놔야겠다. 다시는 끊어지지 않는 끈으로...

2002.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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