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나눔의 동산] 내일도 행복하겠다

자오나눔 2007. 1. 17. 14:44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더 분주하다. 춘천에 있는 나눔의 동산에 봉사를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걸어서 학교 가는 준열이도 오늘은 엄마 아빠가 일찍 봉사를 가기에 차를 타고 가는 행운을 잡았다. 아내는 떡집에 들려 어제 뜯은 쑥과 쌀을 맡긴다. 내일 안양교도소에 가져갈 떡을 주문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도 춘천 가는 길은 많이 막힌다. 가까운 곳에도 봉사갈 곳이 많은데 왜 그 멀리까지 봉사를 가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가깝고 교통이 좋은 곳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지만, 멀고도 교통이 불편한 곳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고, 그 곳이 우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해 준다. 여주 휴게소에서 미룡간사를 태우고, 춘천공설운동장 앞에서 후리지아님과 미인님을 태운다. 오늘은 특별손님으로 우리 집 애완견 아미도 동행을 했다. 나눔의 동산 장애인들이 아미를 많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눔의 동산의 모습은 여전히 한가롭고 평온하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번 오시는 목욕 봉사 팀도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있다. 우리도 주방 앞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린다. 평소 집에서 준비를 다 해가는 아내에게, 봉사가면 봉사자들이 할 일을 만들어 주는 것도 예의라며 재료만 가져가게 했었다. 덕분에 오늘은 주방의 일손이 바쁘다. 도착하자마자 밥 앉혀 놓은 것 확인하고, 불고기감으로 준비해간 소고기에 갖은 양념하여 조리하고, 넙죽넙죽 감자 썰어 조리고, 콩나물 고춧가루 넣고 팍팍 무치고, 도토리묵 예쁘게 썰어 맛있는 양념장을 뿌려 주고, 수박 먹기 좋게 썰어서 큰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부엌 청소 깨끗하게 해 놓고 목욕 마치고 식당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여자 네 명이서 뚝딱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금방 만들어 낸다. 대단하다. 식당에 도착한 나눔의 동산 가족들 상을 펴고 자리에 앉는다. 몸이 더 불편한 장애인은 앉아 있고, 덜 불편한 장애인은 물도 떠다 나르고, 수저도 놓고 그런다. 그래도 맛있는 냄새가 나는 주방 쪽으로 모이는 장애인들의 왁자지껄도 정겹다.

할머님 몇 분은 밭에 나가시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님 세분이 보인다. 반갑게 찾아가 할머님의 손을 잡고 정담을 나누는 아내의 모습도 보기 좋다. 힘든데 뭐하려고 왔느냐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는 할머님의 사랑이 고맙다. 내 목발이 안 보인다. 어느 장애인 자매가 내 목발을 가지고 걷는 흉내를 내고 있다. 사진을 찍어 주니 목발을 내게 준다. 관심을 받고 싶음이다. 배식이 시작된다. 각자의 식사량이 있기에 밥을 푸는 일은 나눔의 동산 선생님이 하신다. 각자 반찬 한 가지씩 앞에 놓고 식사 접시가 오면 반찬을 담아 준다. 불고기에 수박까지 놓이니 밥상이 푸짐하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주니 맛있게 식사를 하신다. 음식을 먹다가 엎질러도 자증내지 않고 휴지로 닦아주는 어느 장애인의 모습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자오에서 오는 날은 별미를 먹는 날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번에도 강아지들에게 줄 잔 밥도 안 남았다고 웃는다. 감사하다.

얼마 전에 일어난 큰 불로 인하여 강원도의 모든 시선이 낙산사 쪽으로 집중된 것 같단다. 그만큼 찾아오는 손길이 줄었다는 뜻이리라. 복지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장애인 시설 신고를 못하고 있단다. 자오 쉼터는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니 좋겠다며 부러워하시는 원장님. 기도하며 해결 방법을 알아보자고 했다. 마침 전화가 왔다. 근처 군부대에서 봉사를 오겠다는 전화란다. 부지런히 설거지하는 소리와 함께 행복한 웃음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온다. 잠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나누고 아래로 내려오니, 양지바른 쪽에 옹기종기 시선이 집중이다. 애완견 아미의 인기가 좋다. 그 모습 보기 좋아 사진 한 장 찍는다.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는 우리들도 덩달아 행복하다. 집에 가는 길에 춘천 시내에 들려 내일 교도소 가져갈 감자떡을 구입한다. 내일도 행복하겠다.

2005. 5. 12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