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목사님, 우유배달을 하겠다니요?

자오나눔 2007. 1. 26. 02:07

       세상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 믿음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지식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도 어느 날 보면 해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 보면 모두가 하는 대답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고 통일이 됩니다.

       몇 개월 전부터 저는 목사님 한분께 통 사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목사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을 막으려는 저의 입장이었습니다. 목사님은 몇 년 전부터 제가 이끌어 가고 있는 봉사선교단체인 자오나눔선교회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계셨고, 매년 1회씩은 소록도 봉사에 교인들을 인솔하여 함께 참석했었습니다. 화성시에 있는 우리 자오쉼터에도 마실도 오시고, 저도 태안에 있는 신진도리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에서 간증집회도 했던 저이라 더 살가운 사이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통합측 교단 소속이었고 당회까지 조성되어 있는 교회 담임 목사님이셨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조금 아래지만 대 선배가 되기도 합니다. 목사님의 연세는 40대 초반, 아이들은 사내만 세 명입니다. 중학생이 하나, 초등학생이 두 명입니다.

       그런데 이 목사님이 10년 동안 잘 해오던 교회를 사임하고 우유배달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처음엔 제 귀가 이상한 줄 알았습니다.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더니 “전도를 못해서 하나님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에 처음으로 담임목사가 되어 4년 만에 교회를 건축하고, 그때 기도하기를 10년만 이 교회에서 담임을 하고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더 멋진 하나님을 일을 해 보겠노라고 다짐을 했더랍니다. 10년 동안 교회를 잘 가꾸고 교인들을 잘 양육하여 당회까지 조성되고,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수고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는 곳이 섬이라 사람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전도를 하려고 해도 다른 교회를 다니거나 이미 전도가 되어 자기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 걱정 없이 은퇴 시까지 목회를 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그런데 담임을 사임하고 우유배달을 하러 가겠다니 어떻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지요.
       목사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교회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요, 여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요, 금전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목사가 전도를 하지 않고 편하게 있는 것이 하나님께 너무나 미안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시내에 방을 얻어 놓고 우유배달을 하겠답니다. 우유배달을 하게 되면 고객이 모두 전도 대상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로지 직접 전도를 하기 위하여 안정된 목회지를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아골 골짜기로 들어가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모님과 아이들의 고생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전도사님, 전도사님의 삶은 모두 하나님이 책임져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힘든 투병생활 모두 이겨 내게 하시고, 그 어려운 재정문제도 해결해 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대답에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내게 필요한 진통제를 사기위해 신진도리로 내려가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전도사님 저희 자오쉼터에 왔는데 어디 계세요?” “네? 하이고야~ 저흰 신진도리 내려가고 있는데요?” 이렇게 마음 편하게 연락도 없이 훌쩍 서로가 들릴 수 있는 살가운 사이의 목사님입니다. 각자의 일을 보고 중간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6월 6일에 이사를 하고 교회 후임자도 이미 정해졌다는 말을 듣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마디 합니다. “목사님 제 생각은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겠어요.” 내 말을 듣고 씽긋 웃는 목사님의 얼굴에서 환한 빛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적인 생각에 고생할 것이 안쓰러워 막았었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찌 알겠는지요.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엔 지금 이날을 돌아보며 간증을 하도록 합시다. 이도영 목사님 사랑합니다.

       2006. 5. 28
       양미동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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