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당신

자오나눔 2007. 1. 26. 02:08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부지간에는 여보 당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여보”는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고, “당신”은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보’는 같은 여(如), 보배 보(寶) '나의 보배'라는 뜻이랍니다. ‘당신’은 마땅할 당(當), 몸 신(身) 즉, '내 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밖에도 ‘당신’이라는 말은 부부가 아니라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믿음의 사람으로서 하나님께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교회에 간증 집회를 갔을 때 기도인도 하시던 분의 입술을 통하여 나오는 호칭은 ‘당신’이었습니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모른 척 그냥 넘어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시간을 잘 넘겼지만, 오래도록 제 머리 속엔 그 기도가 생각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도 기도를 할 때 하나님께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 어색하고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문학을 하시는 분들 중에 가끔 시를 쓰면서 시구로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장복 총장님의 저서 ‘그것은 이것입니다.’ 내용 중에도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 못되었다고 나오더군요. 내용을 옮겨봅니다.
       [“하나님! 당신의 고귀한 사랑을 이 아침도 실감합니다. 당신은 진정 위대한 사랑의 주인이십니다. 오늘도 당신이 나에게 내려주신 은혜가 나의 잔에 가득합니다. 부족하오나 나의 모든 것을 이 시간 당신 앞에 드립니다.”

       한국교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러한 기도는 하나님을 매우 다정스럽고 친근하게 섬기는 내용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네 번이나 하나님을 ‘당신’이라 칭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도 중에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부르면서 지내온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에 대한 시비가 엇갈리면서 명확한 정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하여 가진 국문학 교수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된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영어에서는 2인칭인 상대를 향하여 나, 당신, 그대를 모두 you라는 하나의 단어로 해결합니다. 하나님을 좀 더 높여 부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고어(古語)인 thou라는 단어를 쓰고 거기에 따른 be동사는 art를, have 동사는 hast를 사용합니다. 현대 영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영어에서는 하나님이나 어린이나 차별 없이 모두 you라는 단어 하나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그러나 우리 예의범절은 언어에서부터 윗분을 향한 언어와 아랫사람을 상대하는 언어가 철저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경멸의 대상이 되고 정상적인 인간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그래서 언어의 사회적 현상은 하나의 계약이요 그 계약은 그 사회를 존속시키는 무서운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중략...............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의 존전에서 그분에게 자신의 언어로 직접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의 언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사회가 사용하고 인정하는 삶의 관습과 예의범절이 담긴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언어 관습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줍니다. 개인의 감정 표현이 사회의 언어 관습을 따라주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혼돈을 유발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최고로 존경받고 최고로 높임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상대를 높이는 호칭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상에서 하나님께 무심결에라도 ‘당신’이라고 표현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호칭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온 몸 다해, 온 맘 다해…….

        2006. 6. 2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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