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섭게 오고 있다. 비오는 것을 구경하거나 비를 맞으며 즐겼던 낭만을 즐길 때가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이틀 동안 참 많은 감사를 드렸었다.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하나님을 찾을 수 있었으니 감사하다. 어제 아침, 아내가 협심증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응급 처치 후 입원을 하여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오늘 저녁 때 퇴원을 한다. 교회에서 학생부 수련회를 곡성 다니엘 수양관으로 가는데 학생부에게 먹일 김밥을 혼자 준비했는가 보다. 8월부턴 본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자오쉼터에서 주일예배까지 드리기에 학생부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단다. 아침 6시 40분에 차량이 도착하고 준열이와 도시락을 챙겨서 보낸 후, 그제야 씻고 자리에 눕더니 가슴의 통증을 호소한다.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땀을 비 오듯 흘린다. 말도 못하고 숨이 넘어가는 것 같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협심증 발작이 일어날 때 혀 밑에 넣는 비상약을 넣어도 별 효과가 없는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적인 방법을 찾지 않고 먼저 하나님을 찾을 수 있으니 감사했다. 잠시 통증이 멎는 듯 했다. 많이 피곤하다며 조금 눕겠단다. 20여분 누워 있다가 또 통증을 호소하며 비상약을 혀 밑에 넣는다. 이렇게 네 번이나 혀 밑에 넣고 겨우 숨을 돌렸다.
입고 있는 옷에 가방만 들고 차에 오르는 우리 부부. 내가 운전을 하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비가 많이 올 때는 위험하다며 끝내 자기가 운전하겠단다. 잠시 통증이 가라앉았으니 병원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 거란다. 하긴 17년 운전 베테랑이 이제 6개월 초보에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을 운전하게 하겠는가? 수원에 있는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아내를 응급실 침대에 뉘어 놓고 접수를 하러 다닌다. 접수하고 수납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목발 짚고 기우뚱거리며 다닐지라도 내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에 감사했다. 응급실에서도 심장병은 우선적으로 처리를 하는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이것저것 검사하면서 갑자기 링거가 3개나 달린다. 갑자기 중환자가 되어버린 아내. 심혈관 수술을 받은 지 이제 두 달이 지났는데 재발한 것인지, 수술이 잘못된 것인지 마음이 복잡하다. 막둥이 동생이 “AS 해 달라고 하세요. 한국에서 AS안 되는 것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하긴 말 된다. 2-3시간 간격으로 채혈을 해 간다. 검사를 위함이란다. 의사의 진단은 일단 입원하여 경과를 보자고 한다. 응급실에서 많이 좋아졌기에 바로 퇴원할 줄 알았는데 입원을 하란다. 입원 수속하고 병실 배정받고 병실로 올라갔다. 친절한 간호사들이 수시로 점검을 하러 온다. 덕분에 아내 곁에서 간병을 할 수 있었다. 누가 환자인줄 모르겠다는 간호사들의 말이 우리부부에게 웃음을 준다.
하룻밤을 보내고 의사들의 회진이 왔기에 오전 중에 퇴원해도 되느냐고 했더니 안 된단다. 하루 더 입원해서 경과를 보잖다. 안된다고 오늘 퇴원하게 해 달라는 우리 부부. 결국 오후 늦게까지 경과를 보고 퇴원을 하고, 퇴원하여 만약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도록 하라고 한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병원에 있는데 자오쉼터는 괜찮으냐는 걱정의 문자가 온다. 병원에 있다는 말을 못하고 괜찮다고 문자를 보냈다. 감사하다. 비가 많이 오면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의 조건이다. 아내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장로님과 권사님이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차는 아내가 퇴원할 때 운전하고 오라고 나는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오고 있다. 자오쉼터 가족들은 식당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집에 오니 마음이 놓인다. 실내 이곳저곳에는 빗물을 받고 있는 그릇들과 수건이 널려져 있다. 비새는 것이야 지금 어쩔 수 없으니 할 수 없고, 며칠 전에 수리했던 방으로 들어가 보니 여전히 방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 밖에는 엄청난 비가 양동이로 물을 붓듯이 오고 있다. 아무튼 방청소 깨끗하게 해 놓고 보일러를 켜 놔야겠다. 아내가 퇴원하면 뽀송뽀송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감사한 날들이다.
2006. 7. 27 양미동(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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