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에 여기저기 피해를 입은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웬걸? 우리 자오쉼터라고 특별나겠는가. 어제는 방 두 곳을 완전히 대청소 했다. 흥건히 젖은 이불, 장판, 이런 저런 물건들도 사용하지 못하게 젖어 있었다. 수원에 사는 막둥이 동생과 제수씨께 도움을 요청했다. 동생 부부가 토요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기에 점심때쯤 도착 했다. 방학 중이었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영어마을 캠프에 일주일 참석했던 아들도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불은 세탁기에 돌려서 말려 놓고, 옥장판도 물기를 닦아 내고 말렸다. 방바닥에 깔려진 장판을 걷어 내고 마른 수건을 이용해 물기를 모두 제거했다. 선풍기가 바람을 일으키며 방바닥을 말려준다. 장판을 깨끗하게 한 다음 다시 깔아주고 책장도 옮기고 책까지 정리하고 나니 밤이 깊어있다.
작년엔 비가 많이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았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개미가 구멍을 냈는가? 아니면 쥐가 구멍을 파 놓았는가? 방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 밖으로 나가 점검을 하는데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추측은 할 수 있었다. 벽돌로 쌓아 놓은 벽을 통해 비가 스며들었고, 벽과 바닥이 연결된 부분을 시멘트로 작업을 했는데 마무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아 비가 스며들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장마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만 바빠진다. 자오쉼터를 건축하면서 보고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발수액(시멘트나 적벽돌에 발라주면 스며들어 안에서 막을 형성해 주는 유성 방수액 일종.)을 발라주기로 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철물점에 가서 발수액과 롤러와 붓을 사왔다. 아들래미와 함께 하려고 했는데 학생부 행사를 마치면 늦을 것 같단다. 혼자 할 생각으로 집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낯선 차가 한 대 서 있다. 평택에 사시는 정승님이 근처에 오셨다가 잠시 들리셨다며 뇌병변 2급의 장씨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감사해라……. 좋으신 하나님.
정승님께 부탁을 하여 함께 발수액 바르는 작업을 한다. 18리터의 발수액을 외벽에 꼼꼼하게 바르고 마르면 또 바르고, 또 발라준다. 둘이 방수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더운 날씨라 땀이 비 오듯 한다. 작업을 하다 보니 부실공사의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내가 몰라서 제대로 시키지 못한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목발을 짚고 작업을 하는 내가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정승님이 더 수고를 해야만 했다. 2시간 정도 열심히 작업을 했더니 발수액을 모두 사용하여 바를 수 있었다.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들리듯 언제나 기회가 되면 자오쉼터에 들려서 도와주시는 정승님. 참 고맙고 감사하다. 남모를 봉사 생활이 30년째란다. 나는 정승님께 비하면 모기 발에 워커다. 작업을 마치곤 다른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돌아가신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다. 비새고 물이 스며드는 일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직접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비만 오면 걱정이 된다. 본관에 지붕이 새어 비가 오면 수건을 깔아 놓고 새는 비를 닦아 내는 것이 일이었다. 비새는 것도 많이 잡혔지만 아직도 두세 군데는 비가 샌다. 여건이 된다면 본관 외곽에 에이치 빔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지붕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2층 건물을 올릴 땐 기초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무튼 기도 제목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좋은 분들께 참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나는 하나님께 복을 참 많이 받으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더 노력하여 더 많이 나누며 살아가야겠다. 감사한 나날이다. 2006. 7. 22 나눔(양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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