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에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겨울 날씨가 상당히 춥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곤 겨울추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올 겨울에는 그때 그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서민들에게 겨울은 고난의 계절이요,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계절이다. 그만큼 겨울은 서민들에게는 반갑지 않는 계절이다. 소외되고 어려운 곳에서는 체감 온도가 더 낮아진다. 그래서 사랑을 갈급해하며 따뜻한 정을 기다리고 있다.
교도소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체감 온도가 더 낮은 것 같다. 교정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디 내 집에서 사는 것만큼 하겠는가. 개인적인 자유가 통제되기에 자연히 마음도 얼어붙고 느끼는 기운도 춥게 되는가 보다. 그래도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은 다른 교도소보다 훨씬 여건이 좋다고 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들에게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시는 교도관들도 주님의 사랑으로 재소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섬기는 모습을 매월 방문 때마다 볼 수 있다.
올해 마지막 갖는 교화행사다. 이번에는 제법 많은 분들이 동참을 하셨다. 목사님부부 다섯 쌍이 동참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이분들이 교화행사에 참석하고 나면 거룩한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준비를 했다. 교화행사에 참석한 재소자들이 푸짐하게 음식을 먹고, 각자가 조금씩 감방으로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떡과 과일을 준비했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도 무척 중요했다.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펜으로 써서 주시면 합본을 하여 멋진 보물로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안양 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성경필사를 권면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 벌써 5년이 되었다. 우리 자오나눔이 안양교도소 교화행사를 매월 한번씩 8년째 해 오면서 가장 감사한 일은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쓰도록 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도 성경 필사한 것을 합본으로 만들어 갔다.
목사님들의 기도와, 찬양, 말씀, 축도가 이어졌다. 소아마비와 왼쪽 손에 장애를 가지고 계시는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셨다. 난로를 피웠어도 한기를 느낀다. 그 때, 우영 형제가 조심스럽게 내게와 손난로를 건네준다. 작은 봉지가 제법 따뜻하다. 손난로를 설교하고 계시는 목사님의 조막손에 살짝 올려 드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모두의 마음은 훈훈하게 덥혀주고 있었다. 손난로의 의미가 참 크다. 장성현 목사님의 축도로 1부 순서를 마치고 2부 순서가 이어진다. 마이크를 잡고 음식 준비하던 봉사자들에게 주의를 준다. 예배시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예배에 참석하라고……. 아이고, 못된 성질 또 터졌다. 끙. 재소자들이 준비한 편지 낭송, 찬양, 간증 등이 이어진다. 방문자들이 준비해간 워십, 찬양도 답가로 이어진다. 성경 필사 합본 열두 권을 모두에게 돌려 보도록 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온다. 교도소 생활만 17년을 했다는 재소자 형제가 이번에 성경을 쓰면서 한글도 깨우치게 되었고, 한글을 깨우치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이젠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간증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교도소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재소자 형제들에게는 더 관심을 갖고 대해준다. 너무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다보면 출소하여도 적응을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려주며, 그렇다고 의식주가 해결되는 교도소에서 안주를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성경을 필사하며 체험한 이야기도 해 드렸다. 뜨거운 찬양과 말씀, 율동, 간증 등이 이어지며, 어느덧 추위는 우리들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성경 필사할 종이와 펜은 공급해 주겠다며 성경 필사를 해 보실 분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열 분이 손을 들었다. 법전처럼 두껍게 합본이 되어 있는 필사본을 보면서 다시 다짐하는 그들과 함께 하시는 주님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련해간 떡과 과일, 음료를 나누며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재소자들로 구성된 악대의 멋진 연주가 이어지고, 아쉬움이 남아 있던 목사님의 찬양도 이어진다. 시간이 어느새 많이 흘렀다. 평소보다 20분을 더 할애 받았다. 1월에는 혹한기라 교도소에서 방문객을 받지 않고 있기에 더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목사님 다섯 분을 재소자들 앞으로 나가도록 부탁을 했다. 모두 함께 통성 기도를 하면서 믿음의 가족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출소자를 위한 기도와 마무리 기도를 황상도 목사님께 부탁을 드린다. 목사님의 성령 충만한 기도를 끝으로 2005년 12월 마지막 교화 행사는 끝나고 있었다. 재소자들이 먼저 사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광수 형제에게 출소하기 전에 대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하라고 권면을 했다. 힘 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동으로 돌아가는 재소자들 손에는 떡과 과일이 들어 있는 봉지가 한 개씩 들려있다. 그들의 얼굴이 밝다. 덩달아 모두가 스마일이다. 감사가 넘치는 하루다. 여전히 밖에는 춥다. 이제 겨울의 시작인데 재소자들이 힘들겠다.
2005. 12. 9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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