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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재소자와 출소자

자오나눔 2007. 1. 26. 09:42
[안양] 재소자와 출소자
이번 교화 행사에는 준비를 할 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정해진 날이 얽히고 설 켜서 결국은 다른 팀과 같은 날에 교화 행사를 하게 된다. 우리는 오전에 교화행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방문자들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감사함으로 준비를 한다. 아내는 이번에는 더 맛있게 떡을 해 간다며 준비도 요란하다. 나는 간단하게 절편을 해가면 좋겠던데 아내는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시루떡을 준비한다. 넉넉하게 과일도 준비하고 다른 음식도 푸짐하게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지인의 협조 덕분에 음식 준비가 부담이 덜 되었는가 보다.

지난밤부터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비는 아침에도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내일 고구마를 캐야하는데 걱정이라며 내일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고 있는 아내와 나는 여전히 어설픈 농군이다. 안양교도소를 향해 부지런히 차를 달리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백집사님이다. 한남대교를 넘어오는데 도로가 주차장이란다. 미리 교도관께 말씀 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늦더라도 오시라고 한다. 이어서 윤목사님도 용산에서 이제야 전철을 갈아탔단다. 늦더라도 오시라고 해 놓고 잠시 생각을 했다. 행사 진행을 해야 할 분들이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강당에는 파란죄수복을 입은 기결수들과 환자복을 입은 병상에 있는 재소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모두가 연약한 사람들이다. 악대는 음향시스템을 점검하고 있었다. 악대에게 찬양을 인도하도록 했다. 색소폰, 트럼펫, 드럼, 키보드, 기타 등 악대의 악기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찬양이 시작된다.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데 여전히 도착하지 않고 있는 윤목사님, 백집사님이 급하게 들어오신다. 백집사님께 2부 행사를 부탁하고 나는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전한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탄생하기까지에 대하여 창세기 17장과 20장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이 누구일까? 라는 화두를 던졌다. “아마 평생 공부만하고 한 번도 그 것을 사용해 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억울한 사람은 평생토록 예수의 복음을 전해 받지 못하고 죽어서 지옥에 간 영혼일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백집사님이 나의 배턴을 받아 2부 순서를 진행한다. 음식이 차려지고 찬양과 간증이 이어지고, 재소자들의 새로운 각오를 들어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은 밖에서 내리고 있는 비와는 상관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윤목사님도 도착하셨다. 귀한 말씀이 잠깐 전해진다. 재소자의 간증을 듣는 시간을 많이 할애한 덕분에 목사님의 시간이 짧았다. 그래도 할 건 다 했다.

교도소에서 재소자로 있을 때보다 출소하여 사회인이 되었을 때가 더 큰 문제인데, 출소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너무나 열악하니, 출소를 하여도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결국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려고 범죄를 하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 교도소를 한 개 더 짓는 것보다 교도소 근처에 있는 정부 땅에 공장과 사택을 지어 그들이 정착하여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인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공장에서는 두부를 만들어 군부대와 교도소에 납품하면 출소한 재소자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죄를 범하는 일은 많이 줄어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며, 위정자들을 위하여 기도해야 함을 새삼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비가 이렇게 오니 땅이 질어서 내일 고구마 못 캐겠다. 미안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 좀 해 다오.”

2005. 10. 7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