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인연

자오나눔 2007. 1. 26. 09:43
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보면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그들만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들만의 삶이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도소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끼리 은연중에 어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신앙적으로 보더라도 각 종교별로 어울림이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은 신경도 안 쓰는 듯 한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어떤 사람과 어울리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도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만 7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출소하고 새로 들어오고, 작은 만남과 이별이 수레바퀴 돌듯 이어져 왔다. 그중에는 10년 이상 형을 받은 장기수도 있지만, 3년에서 7년 정도 형을 받고 교도소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전과 3범 이상이 모여 있는 곳이 안양교도소라며 방문자들은 자연스럽게 조심을 하게 된다. 아무리 흉악한 사람이라도 오래 알고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장점을 서너 개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속으로는 떨면서도 겉으로는 당당하게 행동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는 때로는 꾸중도 하고,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함께 눈물도 보이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왔었다. 처음에 장기수들을 만나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형을 많이 받았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었다. 선하게 생긴 얼굴인데 7년 이상의 형을 받고 살고 있는 사람의 죄는 살인이었다. 사정을 들어 보면 순간에 생긴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고와 죄는 순간에 생기게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매월 한 번씩 방문하는 교도소, 나는 갈 때마다 몇 사람의 재소자에게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격려를 해 준다. 교화행사를 갈 때마다 푸짐하게 떡과 과일 음료 등, 다과를 준비해 가기 때문에 신앙이 없어도 먹기 위해 참석하는 재소자들이 많았다. 5년 이상의 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는 재소자에게는 성경 필사를 권면한다. 내가 체험한 신앙 간증도 들려주며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기를 권면한다. 몇 명은 그 말에 순종하며 열심히 성경 필사를 하여 나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그때마다 칭찬을 해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짧은 시간을 두고 보면 변하는 것을 잘 모르지만 긴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처음보다 엄청 새롭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여러 가지 순서가 있었지만 광수 형제의 간증으로 인해 방문자나 재소자나 모두가 가슴 뭉클한 감동, 가슴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그의 나이 올해 36세.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무섭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전과 7범이었으니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런 그에게 처음부터 호통을 쳐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나중에 고백을 들어 보니 나를 실컷 패주려고 했었단다. 그때 그는 한글도 몰랐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성경을 쓰라고 했다. 한글도 모르는 전과 7범의 재소자에게 성경을 쓰라고 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에게 성령이 임하여 그는 성경의 글자 한자 한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그려나갔다. 하루 8시간 이상씩 글자를 그린 그는 1년 4개월 만에 성경 한권을 필사하게 된다. 많은 칭찬을 들었고, 영치금까지 상으로 받게 된다. 다시 한 번 성경을 쓰게 하였더니 얼굴이 일그러진다.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쓰라고 했다. 거기에 살아갈 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두 번째 쓰고 있었고 성경을 쓰면서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그에게 교도소 안에서 검정고시를 보도록 했다. 죽을 각오로 열심히 공부한 그는 중입, 고입까지 마치고, 이제는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성경 필사를 세 번째 마치면서 문장 실력도 좋아졌다. 한글을 깨우쳐서 보일러 자격증과 미장 자격증도 취득했단다.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 그의 간증을 들으며 은행교회 장성현 목사님이 감동을 받고 다시 마이크를 잡으셨다. 목사님도 사모님과 함께 각각 성경 필사를 하시겠다고 한다. 이런 저런 순서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광수 형제의 간증을 듣기위한 준비에 불과한 것 같았다. 광수 형제처럼 성경 필사를 하여 많은 체험을 한 재소자들이 많다. 그들이 성경 필사를 하여 나에게 전해 주면 나는 그것을 합본을 하여 보관해 놨다가 출소를 하면 전해 준다. 그들에게는 성경 필사 합본이 큰 보물이 되리라. 힘들고 어려워 의식주가 해결되는 교도소로 다시 들어가고 싶을 때, 성경 필사 합본은 범죄의 유혹을 이기게 할 것이다. 한사람의 재범자를 줄이는 것이 우리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리고 고개 숙여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늘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5. 11. 11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