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에서나 추석 명절이 가까워지면 괜히 마음이 설레는 사람들이 있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그렇고, 추석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좋아 하는 아이들이 그렇다. 명절에는 가족들을 찾아가고 함께 어울림의 시간을 갖는 것이 우리들의 정서인가 보다. 그래서 명절을 더 기다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명절이 되면 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오갈 곳이 없어 한 곳에 모여 살고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그분들은 명절에 누가 찾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우리들은 더 마음이 아프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춘천 나눔의 동산을 방문했다. 이것저것 준비하여 아내와 후리지아, 제비꽃님과 함께 방문을 했다. 길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장애인 한 명이 두 팔을 벌리며 달려온다. 우리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하는 행동이다. 차에 있던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차에서 짐을 내려서 부엌으로 가져간다. 창고에 넣을 것은 창고로 가져가고, 부엌에서 당장 사용할 것들은 부엌으로 가져간다. 추석 때 장애인들과 직접 송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송편 만들 준비도 해 갔다. 과일도 풍성하게 마련했다. 명절 때는 생선이 빠지면 안 된다. 그럭저럭 명절을 지낼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하여 갔으니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바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긴 시간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밖에 있는 비치파라솔 아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두가 서로에게 해 주는 덕담이다.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애환도 술술 나온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시설에 살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마음이 아프다. 세상에서 상처만 받고 살다가 시설에 들어와 안정을 찾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들이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먼 길을 가야하는 우리들이기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장애인 한 명이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해 준다. “나는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외로움이었다.
2005. 9. 15 -나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