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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남이 버린 신발이지만

자오나눔 2007. 1. 26. 09:47
[춘천] 남이 버린 신발이지만
산에는 단풍이 멋지게 단장하고 맵시를 자랑하고 있고, 들에는 황금빛 벼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올라가니 아담하게 자리 잡은 나눔의 동산이 보인다. 우리의 차를 보고 달려 나오는 천진난만한 장애인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이 제일 필요할 것이고, 당장 입을 옷이 없는 사람에게는 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할 것이다. 차에 싣고 간 고급 운동화들을 내리면서 그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웃음과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평소 마땅한 신발이 없어서 고무 슬리퍼를 싣고 다녔던 그들이기에 이번에 가져간 고급 운동화들은 커다란 선물이었다.

얼마 전에 오정성화교회 이용우 장로님이 전화를 주셨다. 헬스장에 클럽 회원들이 버리고 간 신발들이 있는데 모두가 최고급 신발들이라는 것이다. 상태도 방금 사서 신은 신발처럼 아주 양호하다며 자오쉼터에 필요하면 가져가라는 내용이었다. 부천으로 가서 신발을 차에 싣는데 모두가 내로라하는 유명 메이커들이었다. 그 신발들을 버리면 벌 받을 것 같았다. 차에 가득 싣고와서 다시 선별작업을 했다. 그것을 다시 세탁기에 세제와 함께 넣고 깨끗하게 세탁을 했다. 뽀송뽀송하게 말려 놓고 보니 설날 전에 설빔으로 받았던 신발보다 백배는 더 좋아 보인다. 춘천 나눔의 동산에도 가져가고 양로원에도 나눠 드리고, 이곳저곳 필요한 곳에 나눠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싣고 간 신발이었다.

차에는 내리는 박스에 고구마가 들어 있자 또 다른 환호를 지른다. 밭에 고구마를 심어도 안 되기에 고구마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었는데 참 좋은가 보다. 겨울에 입을 옷이 들어 있는 박스를 내리면서도 즐거운 환호성이다. 마련해간 물품들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며 할머님들이 계시는 방으로 내려갔다. 반가워하시며 잡아주는 할머님들의 손에는 사랑의 정이 흐른다. 외롭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손녀 같은 식구가 많아서 심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오쉼터에 식구들이 들어 왔느냐 물어 보신다. 할머님, 아이들, 장애인들, 모두가 여자들로 구성된 나눔의 동산이다. 원장님도 여자, 선생님도 여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혜롭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다.

주방에서는 아내와 후리지아님, 권사님, 인선씨가 열심히 점심 준비를 하고 있다. 야채를 다듬고 버섯을 다듬고, 쌀을 씻어 솥에 넣고 불을 붙이고, 배추 된장국을 끓이고, 맛있게 잡채까지 버무려 낸다. 뚝딱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금방 맛있는 음식들이 만들어 진다.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나눔의 동산 가족들, 누가 뭐라고 해도 잠시 후면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그것 한가지로도 얼마든지 행복하다. 점심상이 차려진다. 마침 날씨도 포근하여 평상에 상을 차린다. 식사 시간이 되어 몸이 불편하신 할머님들을 부축하여 올라오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도 찍어주며 칭찬을 해 준다. 한마디 칭찬에 활짝 웃으며 좋아 한다.

식사 기도를 해 드렸다. 이제 겨울이 가까워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도 기도를 한다. 지금보다는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시고 영적으로도 건강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식사 기도는 짧을수록 은혜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따지고 보면 감사하지 않을 것이 어디 있는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감사를 모르고 살아갈 때가 너무 많다.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등 뒤로 훈훈한 느낌이 온다. 그들이 사랑이 담긴 배웅을 하기 때문이리라.




2005. 10. 13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