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정문 주차장에 먼저 도착하여 차를 주차한 후에 밖으로 나와 앉았다. 변함없이 정문을 지키고 있는 위병소 경비병들의 멋진 모습이 보인다. 통행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들을 간단하게 조사하는 모습이 무척 익숙해 보인다. 누구를 면회하러 오시는지 할머님 한분과 배부른 여인이 교도소 정문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당황했는지 여러 가지다. 노란 망울을 터뜨리려던 개나리도 주춤하고 오그라들었다. 아내는 떡집에 들려 교화 행사 때 재소자들에게 나눠 드릴 떡을 찾아온다고 조금 늦는다. 나는 교화 행사를 마치고 바로 학교로 내려가야 하기에 모처럼 차를 함께 타고 오지 않았다. 아내가 도착하고 백집사님이 도착하셨다. 지혜님이 조금 늦겠다고 연락이 왔기에 우린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당당한 위병소 경비병들의 씩씩한 거수경례를 받으며 15척 담 아래로 간다. 그 담 아래 교도소 내부로 들어가는 작은 통로가 있다. 장애인 재소자들 교화 행사라는 통보를 보안과 교도관에게 통보를 해 놓고 교정위원실로 들어가 다른 회원들을 기다린다. 제비꽃님 윤목사님, 지혜님까지 도착하셨다. 각자에게 교화 행사 순서를 정해 드린다. 담당 교도관만 나오면 안내를 받아 함께 들어가면 된다. 불교에서도 종교 행사를 오셨는가 보다. 스님을 깍듯이 챙겨 주시는 보살님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철저한 검문을 마치고 교도소 안으로 들어간다. 세상에 담하나 사이로 이렇게 온도 차이가 나는가? 담 밖은 덜 추운데 담 안은 무척 춥다.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을 했다. 넓은 행사장엔 십 수개의 원탁을 중심으로 장애인 재소자들이 앉아 있다. 병상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재소자들도 함께 참석을 했는지 환자복을 입은 재소자들이 열 명 정도 눈에 보인다. 여전히 악대들은 교화 행사를 돕기 위해 헌신을 하고 있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순서를 설명해 드린다. 백집사님의 뜨거운 찬양 인도는 언제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매월 악보를 복사해 와서 재소자들에게 나눠드리고 재소자들과 한곡이라도 부르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제비꽃님의 대표기도를 들으며 성우 고은정씨를 생각했다. 고은정씨의 목소리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 뭉클한 기도를 들으며 자주 대표기도를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특별 찬양을 하는 지혜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도사님이 시키니 순종하는 마음으로 한다고 하지만 프로가 따로 없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는 찬양은 들을 때마다 감동이다. 윤목사님의 설교에 많은 은혜를 받고 있는지 아멘 소리가 자주 들린다. 마 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본문을 가지고 귀하고 귀한 복음을 전해 주신다. 마련해 간 음식이 들어오자 아내는 가서 접시에 담느라고 분주하다.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하는 것처럼 참으로 정성을 많이 들여서 항상 준비를 해 주는 아내가 고맙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된다. 할 말이 참 많다. 악대의 준비된 찬양도 듣고 연주도 듣는다. 재소자들이 준비한 순서도 함께 동참을 한다. 밖에는 봄이 찾아와 꽃이 피는데 잠시 꽃샘추위가 왔지만, 아직도 겨울인 교도소 안에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모여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출소를 한다던 재소자는 다른 교소소로 이감을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재소자 한분의 특송을 들으며 그에게 치료의 하나님이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같은 장애인으로 안양 교도소에 10년째 장애인 교화행사를 해 오고 있는 나의 간증을 짧게 들려주면서 성경 필사를 권면한다. 같은 재소자들이 성경을 필사하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성령 체험들을 드려 드린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눔의 시간이 이어진다. 악대에 눈에 익은 재소자가 보인다. 분명히 처음 나온 사람인데 눈에 익다. 다가가서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도 나를 알아본다. 2회와 3회 자선음악회 때 색소폰 연주를 했던 사람이다. 서로가 놀랐다. 사정을 들어 보니 교통사고로 들어 왔단다. 출소하면 열심히 연습하여 멋진 색소폰 연주자가 되라고 격려를 해 준다.
담당 교도관이 바뀌었기에 우리들도 더 조심해서 교화 행사를 진행해 간다. 다음 달은 장애인의 날이 끼어 있기에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하겠다고 했다. “푸짐한 영치금을 준비하여 여러분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숨겨놓은 끼가 있다면 마음껏 내어 놓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벌써부터 웅성거리며 눈동자들이 빛난다. 출소를 하면 우리 장애인 시설인 ‘자오쉼터’에 들어와 살겠다고 말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 출소하여 정직하게 살면서 자리를 잡기 전에는 절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섭섭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남에게 의지 않고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교도소에서 살면서 이미 의지하는 것에 익숙해 버린 그들이란 걸 알고 있다. 법무부 교정국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현실은 참 어렵다. 이젠 눈에 익었다고 나를 찾아와 메모를 주며 연락을 해 달라는 재소자도 있다. 냉정하게 거절을 한다. 교도관을 통하여 정식으로 신청을 하라고 한다. 그것이 결국 그들을 위한 것이기에 그렇게 한다. 찬양을 들으며 담소를 나누는 재소자들 속에서 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웃고 싶어도 웃음을 잃어 버렸던 사람들이 아닌가.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다. 그들에게 아직 겨울이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봄은 오고 있었다. 함께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2007. 3. 12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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