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인생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

자오나눔 2007. 4. 10. 10:45
 

화창한 봄날이다.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속에 묻어 놓고 현실로 돌아온다. 평소처럼 1차 절차를 거쳐서 교정위원실에서 만나는 회원들. 교화행사에 참석할 명단을 미리 보내달라는 교도소 측의 연락을 받고 팩스로 보내주면서도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했다. 면회를 하는 면회실 주변에도 경비병들이 서 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회원들이 모두 모이자 각자 맡아야 할 부분들을 정해주고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이동을 한다. 경비실 앞에 놓아둔 물품은 검색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가져 올 것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장애인 재소자들이 도착해 있다. 무슨 일인지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자리를 정돈하고 행사를 시작하도록 한다. 오늘은 장애인의 달 행사를 미리 하기로 한 날이다. 장애인 재소자들의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해 보도록 했다.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해 보라고 했기에 기대를 갖고 행사를 시작한다. 참가팀 접수를 받아 보니 7팀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신청을 했다. 알고 보니 벚꽃잔치가 있어서 가족이 면회 온 일부 재소자는 빠져 나갔기 때문이란다. 1부 순서는 언제나 예배가 차지한다. 이번에는 목사님들이 3분이나 참석하셔서 좋다. 예배 시간에도 어수선하고 분위기가 산만하다. 10년 동안 다니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혹스럽다.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인 장애인들도 많기에 분위기는 각양각색이다. 그래도 행사는 진행된다.


2부 순서가 윤목사님의 사회로 진행된다. 푸짐하게 준비해간 음식이 원탁위에 풍성하게 차려지고 행복한 마음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어눌한 목소리로 찬양을 하는 재소자도 있고, 멋진 트럼펫과 색소폰의 연주에 맞춰 부르는 찬양도 있다. 교도소이지만 그 안에서라도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재소자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항상 서로 협력하는 팀에게 점수를 후하게 준다. 지난달에 성경 퀴즈대회에서 1등을 하셨던 할아버지 재소자가 흥에 겨워 춤을 추신다. 팬티 고무줄로 만들었는지 하얀 머리띠를 만들어 쓰고 춤을 추신다. 그냥 좋아서, 악대가 연주하며 부르는 ‘주 만 바라볼지라.’의 찬양이 너무 좋아서 춤을 추신 것이다.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직장암 3기를 이겨내고 투병생활을 잘하고 있는 전과8범이라고 고백을 하는 어느 재소자의 간증을 통해 모두 흐느끼는 듯 한 감동을 받았다. 같은 감방 안에 있는 재소자끼리도 마음이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협력하여 같은 방 동료들이 함께 출연한 팀이 1등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출연팀 모두에게 영치금을 입금시켜 주도록 했다.


성경필사를 한 재소자들에게 필사한 성경을 합본으로 만들어 전달식을 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들이 출소를 하여 범죄의 유혹에 갈등을 겪을 때 성경 필사 합본은 큰 용기를 주게 될 것이다. 다시는 재소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강한 의지를 갖도록 할 것이다. 성경을 필사해 보라는 권면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몇 가지 지적사항도 들려준다. 처음 참석한 재소자들도 몇 명 있었다. 출소한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들어와 반갑다고 인사하는 재소자를 보면 당혹스럽다며, 다시 들어왔을 때는 더 자중하여 잘 생활하다가 출소하시라고 했다.


다음 달엔 어버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장도리를 비유로 권면을 해 준다. “장도리의 앞면은 못을 박는데 사용되고, 뒷부분은 못을 빼는데 사용됩니다. 못을 박고 빼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이제는 못을 박지 말고 빼는데 사용합시다. 4월이 가기 전에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쓰세요. 그것이 가족의 마음에 박았던 못을 한 개 빼는 것입니다. 꼭 편지 하세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간다.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교화행사를 마쳤다. 교도소를 나오며 15척 담 아래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만, 인생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07. 4. 9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