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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할아버지 퀴즈 왕

자오나눔 2007. 1. 26. 10:13
[안양] 할아버지 퀴즈 왕
2006년을 마감하는 12월.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행사도 2006년의 마지막을 장식 했다. 한 해를 마무리를 하는 행사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싶음은 함께 교화행사에 참석한 모두의 마음이리라. 15척 담을 사이에 두고 공기부터 다르다는 말을 수시로 해 온 우리들이지만 차가운 기운은 정말 많은 차이를 내고 있었다. 교도소 안이 참 춥다는 느낌을 받으며 교화 행사장으로 이동을 했다. 보안 검열이 더 심해 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재소자들을 위한 음식이나 물품이라도 보안과의 검열에 통과를 해야만 반입이 된다. 누군가 사고를 쳤는가?

행사장에 들어서니 원탁에 삼삼오오 앉아서 찬양을 부르고 있는 재소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간단한 기도를 마치고 인사말을 하는데 유난히 눈에 뜨이는 재소자들이 보인다. 칠순을 넘긴 것 같은 노인 재소자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 분은 백발이 성성했고, 어느 분은 짧은 머리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기도 한다. 찬양과 예배를 드릴 때도 벙거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도 이름대신 수번 호를 가슴에 명찰대신 붙이고 계셨다. 준비해간 프로그램에 따라 행사는 진행되어 간다. 백집사님의 예배 전 찬양 인도, 고 권사님의 기도, 은행교회 찬양단의 찬양과 장성현 목사님의 설교, 순서마다 은혜다.

올해 교화행사를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들을 겪었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감사할 일도 참 많았다. 몇 년 전부터 성경필사를 프로그램에 접목시켰고, 올해는 7명의 재소자가 성경 66권을 모두 필사했다. 그 중에 3명은 두 번 이상을 필사하기도 했다. 성경 필사를 마친 그들의 간증을 들어 보면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가를 감동으로 들을 수 있었다. 후반기에 성경필사를 마친 4명의 재소자에겐 영치금이 주어졌다. 성경필사 한 것을 멋지게 합본하여 출소할 때 선물로 주기로 했다.

지난 달 행사 때 미리 광고를 했었다. 마태복음을 중심으로 성경퀴즈 대회를 열어서 6명을 선발하여 영치금을 넣어 주겠다고 했다. 윤목사님께 성경 퀴즈대회 준비를 부탁드렸다. 윤목사님은 예수를 믿지 않는 재소자에게도 상품을 줄 계기를 만들자며 따로 장갑과 양말을 준비하시겠다고 한다. 먼저 성경퀴즈 대회에 참석할 인원을 파악하고, 성경 퀴즈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인원을 파악하신다. 성경 퀴즈 대회를 진행하면서 예수를 믿지 않는 재소자들에게 이 문제가 이따가 다시 나갈 테니 잘 기억해 두시라고 하신다. 한 문제 한 문제를 맞혀 갈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울린다. 중간 중간에 믿지 않는 분들께도 문제를 맞힐 수 있는 기회도 주신다. 물론 그들에게는 장갑과 양말이 상품으로 돌아간다.
성경 퀴즈 대회에서 1등 한명과 2등 4명을 뽑기로 했는데 2등 동점자가 한명 더 생겼다. 그중 한명이 자기가 2등을 양보하겠다고 한다. 이럴 때 성령 감동이라고 하나 보다. 그에게도 영치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1등을 뽑아야 한다. 1등으로 올라온 동점자가 두 명이다. 할아버지 재소자와 40대 재소자다. 두 분의 성경 지식이 남달랐다. 마지막 3문제로 결판을 내는데 마지막 문제에서 할아버지께서 정답을 맞히셨다. 할아버지 퀴즈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참석자나 재소자나 모두가 박수를 쳐주며 환호성으로 축하를 해 준다. 1등에겐 10만원, 2등 5명에겐 5만원씩, 성경 필사자 4명에게도 5만원씩 영치금을 넣어 준다고 하니, 아내는 그들의 수번 호를 모두 적고 있다. 역시 지혜로운 아내다(이럴 때 팔불출이라고 한다고?).

악대의 멋진 연주와 찬양을 들으며 마련해간 떡과 과일과 음료를 나누며, 서로가 정담을 나눈다. 음식을 준비한 손길들이 있었고, 먹기 좋도록 접시에 담아준 손길들이 있다. 누군가 대접을 받을 땐 누군가의 섬김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수님 덕분에 교도소 사역도 하고, 나눔과 섬김의 소중한 사랑도 배웠다. 지금까지 만 9년 동안 교도소 사역을 해 왔다. 이제 며칠 후면 10년이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이 하셨음을 고백하며 감사를 드린다. 변함없이 곁에서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우리 자오나눔선교회 회원 모두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2006년의 교도소 사역도 마무리를 했다. 마라나타!

2006. 12. 1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