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시작은 희망으로 마무리는 감사로.

자오나눔 2007. 6. 10. 23:08
 

아카시아 향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었는지 차 안에도 고운 향기가 가득하다. 차창에 보이는 산에는 아카시아 흰 꽃이 만발하다. 사람들이 아카시아 꽃을 하얗다고 하지 않고 희다고 표현한 이유를 잠시 생각했다. 하얀 찔레꽃과 아카시아 흰 꽃, 그러고 보니 아카시아 꽃은 하얀색이 아니었다. 아카시아 꽃들을 보면서 양봉하는 분들 희망 가득 가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봉사다. 중간 중간에 들려 봉사자들을 차에 태우고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라는 곳으로 이동을 한다. 깊고도 깊은 산속에 자리한 여성 장애인 시설이다. 멀고도 깊은 산속에 있기에 봉사자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평안한 분위기에 아름다운 경치는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참 좋은 곳이다. 금남의 집이기도 한 ‘춘천 나눔의 동산’ 여성장애인들과 할머님들, 어린 여자아이들이 김재숙 원장의 보살핌 속에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아내는 밤늦게까지 미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봉사를 가면 봉사자가 많지 않기에 일손을 줄이기 위함인가 보다. 맛있는 냄새는 온 집안을 진동시켰는데 그 맛난 냄새가 나눔의 동산에서 풍겨 나오고 있다. 미리 익혀온 생선은 따뜻하게 덥히면 되고, 생새우를 까서 만든 깐 새우 요리도 덥히면 된다. 맛난 동태 국이 끓여지고 여러 가지 반찬이 부지런히 만들어지고 있다. 함께 봉사에 참석한 고마운 분들이 기쁨으로 섬기고 있다. 이들과 함께 사역을 해 옴이 얼마나 감사한지…….


김재숙 원장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처지이고, 사회복지사고, 전도사라는 입장이 같기에 이야기를 할 내용도 참 많다. 할머님들이 하늘나라에 가시면 어떻게 하는지 질문을 했다. 장애인들에게는 천국으로 이사를 간다고 말해 준단다. 이사라……. 참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고자가 없는 장애인들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을 하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단다. 소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수술을 해야 한다니 아이러니하다. 결국 수술 후 5일 만에 소천하시고 나서야 시신을 시설로 모셔올 수 있었단다. 그렇게 하여 장례를 치렀던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 시설에서 있었던 작은 간증들도 들려준다. 서로가 격려하며 정보도 공유해 나가는 소중한 동역자의 관계를 맺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단다. 배식을 하고 각자의 자리에 앉고 난 후에 식사 기도를 해 드렸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혼자 식사를 하지 않고 많은 가족이 더불어 식사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따지고 보면 감사하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항상 하는 말, “시작은 희망으로 마무리는 감사로” 정말 그렇게 날마다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된 삶인가. 편하게 살아갈 때는 감사를 모르고,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힘들고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고 감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에게 희망과 감사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던가?

식사가 끝나고 50여명이 먹은 식기들까지 깨끗하게 설거지 하고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한다. 섬기는 자나 섬김을 받는 자나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다.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 열심히 수고하고 땀 흘려 보람을 찾았을 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축복이다. 모두에게 그런 축복이 임하길 바란다.


2007년 5월에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