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그랬을까? 더운 날에 긴소매 옷을 입고 원탁 의자에 앉아서 몇 년 동안 보지 못하다가 만난 이산가족들처럼 그렇게 떠들었을까? 평소보다 20여명이 더 참석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새로 참석한 사람이 많아서 적응이 안 되어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전과 3범 이상인 동료들이 120여명 한꺼번에 모여 있으니 흥분되어 그랬을까…….
교도소 재소자들과의 만남의 풍경이다. 좀처럼 통제를 따라주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 이번에 방문한 사람들이 낯설어 일부러 피하려고 그랬을까? 일부러 찾아가 몇 번이고 협조를 부탁해도 잠시 그 순간뿐이었다. 날씨 탓일까? 병상에 누워있던 재소자들이 지난번보다 더 참석했던데 그 영향일까? 아니면 새로 들어온 재소자들과 기존의 재소자들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일까?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장애인 재소자들의 교화행사를 시작한다.
양주시 덕정동에 있는 몇 교회의 목사님들이 함께하는 ‘양목회’가 있다. 그분들이 이번 교화행사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이 있어서 함께 참석을 했다. 이번 행사 진행은 윤목사님께 하시라고 부탁을 드렸다. 나는 마지막 무렵에 권면의 말을 하기로 하고 행사는 진행된다. 찬양이 시작되고 열심히 찬양을 인도하는 백집사님이 고맙다. 김 목사님의 기도와 복음가수 이정미 집사님의 찬양, 이 목사님의 설교, 권사님의 찬양, 악대의 열정이 있는 찬양과 악기 연주, 춘천에서 일부러 참석하신 김 집사님의 찬양과 인사. 이어지는 순서에도 아웃사이더처럼 하나 되지 못하고 있는 재소자들에게 마련해간 음식을 나누어 드린다. 피자와 과자와 음료, 과일이 주 메뉴다. 아이들이 조용할 때는 자고 있거나, 사고를 치고 있거나, 무엇을 먹고 있을 때라고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먹을 때도 연신 시끄럽다. 묵직한 언어들이 그들의 입에서 낮게 흘러나오고 있다. 새로 들어온 재소자들과 기존 재소자들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 같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순서는 진행된다.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하나님 도우심이 없으면 우리가 재소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려 준다. 출소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려주며,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이 교도소 안에서 만난 하나님임을 전해 준다. 성경을 손으로 쓰면서 그 안에서 만난 하나님은 지금도 함께하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 하고 계심을 알려 드린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화성 부녀자 실종 사건을 추적해 가면서 전과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출소한 재소자에게 연락이 갔었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전화해 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분에 대하여 잘 알고 있기에 전화를 해 온 형사에게 잘 말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예수를 믿고 열심히 봉사하다가 출소하여 중국집 배달원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형사가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게 되면 직장에 다니기 어려워 일부러 직장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 않은 고충도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이것이 출소자들의 현실입니다. 법적으로 당당하지만 양심적으로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법적으로는 당당하지 못해도 양심적으로는 당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아갑시다. 출소해서도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십시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 전부였다. 그러면서 성경 필사를 권면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교화행사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니 다음부터는 인원을 줄여서 더 효과적인 교화행사가 되도록 해 달라고 교도관에게 협조를 구했다. 우리가 10년 동안 매월 교도소를 찾아가 장애인 재소자들과 함께 했던 것은 복음을 통한 교화를 접목시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오는데 육중한 철문을 교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간 우리나라 교도소도 담이 없는, 육중한 철문이 없는 교정시설이 될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함께 해 주신 12명의 동역자들께 감사드린다.
2007. 6. 11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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