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그대 가는 길목에 무엇을 보았는가.

자오나눔 2007. 7. 10. 16:59
 

안양교도소에서 장애인 재소자 담당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9일에 있을 장애인 재소자 교화 행사를 일주일 연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일주일 후에는 춘천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봉사를 가는 날인데 입장이 난처했다. 춘천에 전화하여 양해를 구하고 서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하여 춘천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나눔의 동산에 일주일 먼저 봉사를 가게 된 것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홍천에는 34도를 넘나들 것이라는 정보가 떴다. 홍천 옆에 춘천도 거의 비슷하리라는 판단을 하고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를 하도록 했다. 돼지 족(발)을 무척 좋아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생각나 함께 준비하기로 한다. 나는 계획을 세워 말하고 아내는 열심히 준비를 한다. 항상 이 모양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아내는 수원에 나가 돼지 앞다리를 20개나 사왔다. 그것을 깨끗이 씻더니 커다란 들통에 넣고 삶는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냄새도 나지 않게 하고 색깔도 갈색으로 예쁘게 삶아 낸다. 그것을 식히더니 비닐 랩으로 한 개씩 포장하여 냉동실에 약간 얼린다. 그러더니 한밤중에 일어나 먹기 좋게 썰어서 일회용 도시락에 포장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 솜씨다. “음식 잘하는 사람은 고생하는 겨~~ 서툴러야 외식도 하지~~” 농담을 던져보는 실없는 남편이다. 계란도 삶아서 챙겨 두고, 콩국도 고소하게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둔다. 아침에 일어나 차에 싣고 가려는 예비 행동이다.


아침 일찍 아들이 힘들다. 평소보다 50분 정도 먼저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봉사 출발할 때 차를 얻어 타고 가야하기에 바쁘다. 부지런히 서두르는 모습조차 대견해 보이는 아들이다. 어김없는 팔불출 아빠가 되어 흐뭇한 미소만~~ ^_^*

학교 앞에 아들을 내려주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이번에는 나와 아내와 모처럼 오빠 집에 놀러온 막내 여동생이 봉사에 동참했다. 일정이 바뀌니 봉사자가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가야할 것이기에 가는 것이고, 해야 할 것이기에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국도를 타고 달린다.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차창으로 지나간다. 옥수수가 수염을 뽐내며 자리를 잡고 있다. 문득 ‘그대 가는 길목에 무엇을 보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무엇을 보았는가.

가다가 각얼음을 샀다. 낚시꾼들이 많이 오기에 가게마다 얼음을 판매하고 있었다. 연인산과 화악산의 갈림길에서 연인산을 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저 산들의 이름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텐데 무슨 내용일까? 집에 가면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평소에 막히던 도로도 막히지 않는다.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한 달 전에 아파트를 건축하는 분들이 오셔서 작은 수영장을 만들고 계시던데 멋지게 만들어져 있다. 이제 방수처리하고 도료만 바르면 될 것 같다. 봉사자가 부족하니 나눔의 동산 장애인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이 동참을 한다. 국수 삶고, 돼지 족(발) 담고, 무채 썰어 무생채를 만들고, 새우젓 담고, 김치 담고, 삶은 계란 껍데기 벗겨 반으로 자르고, 오이 채 썰어 고명 만들고, 국수담은 그릇에 콩국 붓고 얼음까지 동동 띄워주니 천하일미 냉콩국수가 된다. 상이 차려지고 모두 자리에 앉는다. 식사 감사 기도를 했다. 기도가 끝나자 조용하게 식사가 진행된다. 원장님 말로는 돼지 족(발) 먹느라 조용하단다. 아무튼 행복한 순간이다.


원장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92살 잡수신 할머님이 며칠 전에 하늘나라에 가신 이야기며, 주변에 심겨진 나무와 화초들에 대한 이야기며, 사회복지 이야기며, 목회 이야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50여명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일인데 묵묵하게 잘 이끌고 가는 김재숙 원장님이 존경스럽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 이 자리에 서 계시는 모습. 내가 배워야할 나눔과 섬김의 소중한 경험이다. 그렇게 덥더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맛비를 만났다. 장마가 끝나면 올 여름 무진장 덥겠다. 함께 해 준 아내와 여동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2007. 7. 9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