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스크랩]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자오나눔 2007. 10. 16. 19:16
 

교도소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렸다.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서다. 일부러 조금 더 가서 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이유는 친절 때문이다. 다정한 말 한마디 때문이다. 그 주유소 사장님이 종업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업원들은 참 친절하다. 그 종업원들 덕분에 나와 아내는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항상 그 주유소를 애용한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 마음이 열린다는 것은, 작은 미소 한 조각에 움직일 수도 있고, 업무상이 아닌 인간적인 친절한 말 한마디에 움직일 수도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관계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주유소 직원의 친절로 인해 기분 좋게 안양교도소를 향해 차를 운전해 간다.

운전을 하며 하루의 일정을 점검한다. 요즘 모든 포커스는 10월 27일(토)에 부천에서 있을 자선음악회에 맞춰져 있다. 자선음악회를 통하여 마련된 기금으로 소록도 한센병자들이 출석하는 교회에 난방비로 지난 12년 동안 지원을 해 왔다. 장애인 시설에도 난방비를 지원해왔는데 올해는 경제가 어려운지 협찬이 아주 저조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기금이 적게 조성되면 적게 지원해 드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다 번쩍 정신을 차린다. 지금은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만 생각하자. 지금 가는 이 길은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를 위하여 가는 길이지 않는가.


안양교도소 정문에 도착하니 주차장부터 도로에까지 차들이 주차 되어 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경비교도관들의 체육대회와 재소자들이 단체로 가족들을 접견하는 날이라 그렇단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 ‘오늘 장애인 교화 행사에 참석한 재소자들은 면회 온 가족도 없는 분들이 많겠구나….’라는 안타까움이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 오늘 교화행사는 참석한 재소자들이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들이 계속 들어온다. 잘못하다간 차를 빼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안으로 몰고 간다. 교정위원증을 제시한 후, 씩씩한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는 위병소를 통과하여 교도소 안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교정위원실에서 교화행사에 참석할 회원들을 기다린다. 잠시 후 재소자들에게 먹일 떡과 과일, 음료 등을 푸짐하게 준비하여 아내가 도착한다. 강성흔 목사님도 도착하셨다. 백승주 집사님만 아직 도로 위란다. 얼마 후 백집사님도 도착하고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다. 교정사역 10년째,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했었는데 교정사역의 어려움은 동참자를 점점 줄이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엔 4명만 참석했다. 그래도 할 건 다 하는 일당백 용사들이다. 교도관의 카드는 자동문을 열게 하고 있었다. 시설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재소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리라 믿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본다.


몇 달 동안 좁은 정신교육장에서 교화 행사를 했는데 오늘은 예배당에서 행사를 한다. 예배당이 2층이라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불편해 1층에 있는 정신교육장에서 했는데, 예배당에서 교하행사를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행사 때마다 멋지게 연주를 해 주었던 악대가 생각난다. 교도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악대가 해산 되었지만 언젠간 다시 모이게 되리라 믿는다. 재소자들도 많이 바뀌고 눈빛도 많이 날카로워졌다. 마음에…, 날카로움이 있어서 그러는 걸까…. 전과 3범 이상의 재소자들이라 그럴까? 매월 한 번씩 교도소를 방문하여 교화행사를 시작한지 벌써 10년이다. 그런데 아직도 난 재소자들에게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에 교도소와 재소자에 대한 벽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내가 못나서 그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집사님께 찬양을 많이 하자고 했다. 찬양 인도하는 백집사님, 나도 덩달아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함께 찬양을 한다.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찬양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1시간 동안 뜨겁게 찬양을 하고 나니 재소자나 방문자나 모두가 얼굴이 발그레하다. 목사님의 설교가 은혜롭게 끝나고,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교도소 안에 있을 때 어떻게 하면 편하게 보낼 것인가로 고민하지 말고, 출소 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고민을 해 보자고 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에서 받는 느낌은 어떤지도 질문을 해보았다. 전과자라는 것이 알려 졌을 때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심하는 형사들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센병자(나병환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한센병자들이 처음 느꼈던 심정을 토로해 보자고 했다. 공포, 돌에 맞아 죽을 것 같은 두려움, 소외감, 죽음, 절망, 천형, 죄인, 가난…. 좋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갔던 그들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들이 그 어려운 고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이었음을 알려줬다. 출소하여 전과자로 살면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고, 가슴에 품었던 복수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냐고 물으니 하나님이라고 대답을 한다. 정답이다.


성경 필사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점검을 했다. 제법 많은 재소자들이 성경 필사를 하고 있었다. 11월 교화행사 때는 영치금으로 상을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홀어머니를 두고 감옥에 온 어느 재소자의 편지가 가슴을 울린다. 간증을 하겠다기에 허락했는데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였다. 어머님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 뵐 수 없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용서를 구하는 편지였다. 어쩌나…. 어떻게 해 줘야 하나….


음식 준비가 다 되었다는 신호가 왔다. 간단하게 감사 기도를 드린 후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한다. 먹을 때가 제일 즐거운 건 당연하다. 74살 된 할아버지 재소자가 손수 만들었다는 작품을 전해 주기에 교도관을 통하여 정식으로 달라고 했더니 그냥 가져가 버린다. 비공식을 당연하게 살아왔기에 전과자가 된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안타깝다. 참석하지 못한 동료에게 가져다주겠다며 음식을 챙기는 모습도 보기 좋다. 그런데 감방까지 가지고 갈 수 있으려나…. 다른 재소자의 간증이 이어지고 귀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출소자를 위한 기도를 해 주고 행사를 마친다. 벌써 행사를 시작한지 2시간이 넘었다. 돌아가야지. 우리가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듯, 이들도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 때…, 반갑게 맞이해 줄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2007. 10. 15

-나눔(양미동)-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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