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만 10년이 되었다. 언제 그렇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고, 10년을 되돌아보며 정리를 해 보면 참 많은 사연들이 주마등 스치듯 지나가고 있다.
10년 동안 담당 교도관을 다섯 명이나 새로 만났다. 내가 교체를 한 것이 아니라 임기가 다 되어 다른 분하고 교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교도관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잔잔한 아픔이었다. 교도관들은 반 재소자와 다를 게 없다. 매일 출근하여 재소자와 생활을 하고, 그들을 감시하며 지켜야하는 어려움 속에 살아간다. 요즘은 특히 재소자들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난폭한 재소자에게도 말로서 교화를 시켜야하고 달래야한다. 그러면서도 재소자들을 한 가족처럼 생각하며 그들의 복지를 위해 남다른 수고를 하는 분들이다. 한약방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밖에 나가도 그에게서 한약 냄새가 난다. 재소자와 생활을 하다 보니 반 재소자가 되어 있는 교도관들이 퇴근을 하여 세상과 생활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날카로움이 노출된다고 한다. 그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현상이 생기곤 한다는 말이 마음을 아리게 했었다. 고위 간부들이야 덜하겠지만 직접 재소자들과 매일 함께 하는 교도관들은 누구보다 재소자들의 고충을 잘 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재소자들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 주고 싶지만, 그때마다 재소자들은 교정의 대상이요, 교화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근무자의 자세로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는 고백을 들으며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10년 동안 참으로 많은 재소자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출소한지 보름 만에 다시 들어왔다며 자랑이라도 하듯 말하는 재소자가 있는가 하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죄를 범하여 들어왔다는 것을 감추고 조용히 수감 생활을 하는 재소자도 있다. 사람 사는 일에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법무부 교정위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들어가는 입장에서 제일 속상한 것은 출소한 재소자가 다시 잡혀 들어왔을 때이다. 그들의 얼굴을 볼 때면 솔직히 밉다. 그렇게 기도하고 교육하고, 정성을 쏟아 부었지만 그 것이 부질없었음을 피부로 느낄 때면 참으로 힘들기도 했다. 교도소에 있으면서 성경 66권을 직접 펜으로 몇 번씩 쓰면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던 사람이 출소하여 다시 범죄하고 들어왔을 때는 할 말을 잃는다.
출소하고 살고 있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서 절대로 술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하며 기도로 함께 마음을 모았지만,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 차려보니 경찰서에 들어와 있었고, 결국은 교도소로 다시 들어와야 했다는 소식엔 눈물이 나왔다. 하나님은 무슨 계획이 있으시기에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하셨을까? 라며 하나님을 끌어들이는 내 자신이 우습다. 그가 아직은 사회에서 적응할 수 없기에, 그대로 두면 더 큰 죄를 범하기에 약한 범죄로 인하여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하셨을까? 그렇게 하여 교도소 안에서 다른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상대가 모범이 되지 않으며 착하게 살라면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지 완전히 술을 끊게 하기 위하여 다시 잡혀 들어가게 한 것일까? 참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알고 교도소에 들어가면 술을 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죄를 범하고 자수하며 잡아가 달라고 했다던데…….
모두가 실망만 시킨 것은 아니다. 10년 동안 만난 재소자가 5천명은 되는 것 같다. 그중에 딱 한사람은 실망시키지 않고 출소하여 열심히 살고 있다. 교도소 안에 있을 때 나의 권면을 받아들여 성경 66권을 펜으로 직접 쓰는 필사를 3번하더니 49년 동안 앓고 있던 혈루병도 완전하게 고침을 받았다. 출소하여 과거의 모든 인연을 버리고 철가방을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열심히 뛰어다니며 배달을 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출소한지 만 4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성경 필사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복된 사람도 있다. 한 달에 3번 쉬는데 쉬는 날을 일부러 주일로 해 달라 부탁하여 우리 자오쉼터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살펴 주어서 그런지 그도 이젠 우리를 가족으로 믿고 잘 따라와 주고 있다. 반찬이라도 떨어지면 오토바이 타고 와서 “사모님, 김치가 떨어졌어요. 반찬이 하나도 없어요. 반찬 좀 챙겨 주세요.”라고 한다. 그럴 때 차곡차곡 그릇에 잘 챙겨서 오토바이에 실어 주는 아내가 큰 사역을 감당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여 더 챙겨 주고 싶단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결실을 거둘 수 있겠는가 만, 그래도 주님 허락하시는 그날까지는 장애인 재소자들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내가 하는 것 같지만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하시고 계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재소자들을 통하여 일하고 계심을 깨닫고 하나님을 열심히 돕는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하리라.
2007. 11. 11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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