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수영장 곁에 있던 주택 한 채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흙이 뒤엎어져 있는 텃밭으로 변해 있었다. 그 주택은 장애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일행이 차에서 짐을 내리는 사이에 원장님께 여쭤봤다. 시에서 철거를 하라고 하도 강요를 하기에 버티다 못해 굴삭기를 들어오게 하여 철거를 하였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 주택이 무허가였다는 것이다. 무허가 불법 건축물이니 단속하는 거야 담당자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겠지만, 인가도 없는 산속 깊은 곳에 세워진 춘천 나눔의 동산. 여성 장애인들이 많은데 숙소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눔의 동산 땅에 조립식으로 아담하게 집을 지어주셨단다. 집을 철거하면서 그 집을 지어줄 때 고생하셨던 봉사자들이 생각나 속이 많이 상했단다. 담당자들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만, 지역 주민이 민원을 넣은 것도 아닌데 산속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세워진 작은 집 한 채를 무허가라고 철거를 강요한 마음들을 생각했다. 대책도 없이……. 그냥 속이 상했다. 김장할 이야기도 나누고, 이 겨울을 지낼 이야기도 나눈다. 올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어려운 사람들의 몫일까….
그 사이 주방에서는 열심히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권사님은 강권사님대로, 후리지아님은 후리지아님대로, 인선님은 인선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카메라로 사진 몇 컷 찍어 놓고 각자에게 격려를 해 준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식탁 공동체가 끝난 후에 주방에서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튀김 냄새도 풍겨 오던데, 그 때 봉사 갈 사전 작업을 하고 있었는가 보다.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낙지가 몇 상자 보이던데 그것도 손질해 왔는가 보다. 얼핏 보니 해산물 잔치가 벌어진 것 같다. 서로 격려하며 칭찬해 가며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그 사이 나는 밖으로 나가 할머님들을 찾아뵙는다.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할머님들이 많이 늙으셨다. 그 중에 몇 분은 소천 되셨단다. 할머님들과 앉아서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건강도 묻고, 이제 겨울이 오고 있는데 겨울 준비 이야기도 나눈다. 할머님들의 과거는 언제나 맥가이버였다. 그 험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라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겪으셨음을 알 수 있다. 장단 맞춰주며 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서 흥겨운가 보다. 이야기가 끝이 없다. 다른 장애인들이 와서 악수도 청하고 장난도 치고 간다. 6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난 인연이지만 그래도 정이 들었고, 낯을 가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래서 항상 반갑다. 식사 준비가 거의 된 것 같다며 올라가자고 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따로 챙겨다 드리기에 그냥 계신다.
푸짐한 식탁이 차려지고 있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각자에게 식사가 모두 차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방에서는 열심히 음식을 담아내고 있고, 장애인들의 습성을 잘 아는 선생님들이 장애인들 각자에 맞게 배식을 한다. 감사 기도를 해 드렸다. 김장이야기도 나누고 단풍 이야기도 나눈다. 가을이 유난히 짧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하든데 정말 그런가 보다. 꽃게탕, 낙지복음, 게살튀김, 생선가스, 맛난 김치, 바로 한 따끈한 밥. 풍성한 식탁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일행에게 격려를 해 준다. 사람을 힘나게 하는 것이 칭찬보다 더 좋은 게 있을라고…. 주님의 이름으로 열심히 섬겨준 아내를 비롯하여 강권사님, 후리지아님, 인선님,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2007. 10. 23
-나눔(양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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