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그 곳은….

자오나눔 2007. 12. 30. 23:48
 

그곳은 기도의 섬입니다. 그곳은 감사의 섬입니다. 그곳은 위로의 섬입니다. 그 섬은 이 땅의 작은 천국입니다. 그곳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찾아갈 수 있는 우리들은 분명히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섬을 사람들은 소록도라고 부릅니다. 작은 사슴을 닮았다는 사슴 섬 소록도.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육지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부정한 사람들, 하늘의 벌을 받은 사람들, 아기들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은 소록도 사람들이 육지로 마실 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육지의 상점들은 그들에게는 물건도 팔지 않았습니다. 한센병(나병)의 후유증으로 일그러지고 떨어져 나간 손가락은 조막손으로 변했고, 모조리 빠져 버린 눈썹에 문신을 해 보았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야 환자에서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들. 장애인 카드를 보여주며 “이젠 장애인이다.”며 기뻐하시던 분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분들을 12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것도 2007년을 3일 남겨두고 소록도를 방문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무슨 행사가 있는 전 날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마치 소풍가기 전 날 잠 못 이루고 설레는 아이처럼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2시간 30분 정도 잠을 잤다. 소록도행 배를 타는 녹동항까지 6시간 정도 차를 달려야 하기에 이른 새벽에 차를 출발한다. 차에는 춘천에서 어제 밤에 내려오신 후리지아님 모녀가 동승했다. 부산에서 박장로님 일행이, 군산에선 편전도사님 부부가, 전주에선 김전도사님이 각자 알아서 12시 30분까지 녹동항으로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우리가 경기도 화성시에서 출발을 했으니 원근각처에서 출발을 하고 있다.

도로에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다. 안전 운행을 하느라 서행을 했더니 미리 도착해 있는 일행들이 어디쯤 내려오느냐고 전화를 해 온다. 약속된 시간에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소록도에서 마중을 나오신 이집사님 부부도 함께 참석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초행길인 일행을 위해 소록도 소개를 간단하게 해 달라고 이집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베트남 색시를 아내로 맞이한 이집사님은 여전히 신혼이다. 식사를 마치고 소록도를 오고가는 바지선에 차를 싣는다.


5분, 배를 탄지 5분 만에 소록도에 도착했다. 소록도 이집사님의 말씀처럼 ‘가깝지만 정말 먼 섬’이었다. 이 거리를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했던 한센인들의 애환이 울컥 목젖을 아리게 한다. 미리 연락을 해 놓은 상태라 세 곳의 검문소도 간단하게 통과를 하여 구북리에 있는 북성교회에 도착했다. 간단한 기도를 드린 후 남장로님의 소록도 소개를 경청했다. 남장로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세상 사람들은 한센인들을 외면했어도 하나님은 항상 함께 하고 계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듣는 우리 모두의 입에서는 짧은 탄성들이 간간히 터져 나왔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모두 일어나 구북리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방문한다. 반가운 해후가 이루어진다. 내 조막손과 어르신들의 조막손이 서로 붙잡으며 반가움을 더한다. 따뜻한 손이 손을 잡아 준다. 이것이 사랑이겠지, 이것이 정이겠지, 이런 것이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겠지…. 준비해간 구제금을 전해 드린다. 생각하지 못했던 구제금을 받으니 너무나 놀라신다. 몇 달 반찬값 밖에 되지 않겠지만 요긴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자선음악회를 통하여 소중한 마음들이 모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방문자들과 함께 간단한 예배를 드렸다. 한집, 두 집, 세 집, 그리고 도움의 집에 입원해 계시는 할머님까지…. 그렇게 작은 사랑은 이어지고 있었다.

소록도에 왔으니 아무리 바빠도 중앙공원과 한센인들의 고통이 담겨 있는 흔적들을 모아 놓은 전시실을 관람해야 한다. 그래야 한센인들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구경할 때마다 내가 일본인들에게 느꼈던 분노를, 소록도 한센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믿음으로 승리한 어르신들에 대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이집사님께 일행들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을 드리니 인솔을 하여 중앙 공원으로 이동을 한다.

남장로님과 아내와 나는 소록도 원생 자치회 사무실을 방문한다. 자치회장님을 만나 내년 일정도 상의하고 서로 기도부탁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평균 연세가 75인 소록도 어르신들. 그들을 위해서는 젊은 원생들을 지도자로 세워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깨어있는 지도자는 언제나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다. 새롭게 발견하는 자치회장님의 모습이다. 소록도를 위해 많은 기도와 도움을 부탁한다는 자치회장님의 말씀이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남장로님이 몇 가지 건의를 하신다. 분위기 좋은 상태에서 문제들이 쉽게 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담을 마치고 소록도 중앙병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일행이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다. 아직 화장장과 교도소를 구경하지 못했고, 사슴도 구경하지 못했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자고 했다. 화장장과 교도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슴 가족들을 만난다. 앞에 가던 차들이 자리에 선다. 숲속에서 일곱 마리 사슴 가족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람은 사슴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사슴은 낯선 사람들을 구경하며 고개를 쫑긋거리고 있다. 재미있는 모습이다. 화장장과 교도소를 돌아보며 설명도 듣는다. 마지막 배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것 같다. 철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은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배타는 곳까지 이동을 하여 마지막 배를 기다린다. 이제 육지에 닿으면 각자가 자기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서로가 다음을 약속하며 인사를 나눈다. 배가 도착했다. 차를 배에 싣고 소록도를 떠난다. 내년에 다시 오리라 다짐을 하며….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2007. 12. 29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