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고 가던 아내가 차를 멈춘다. 앞에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 한 대가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할머님 한 분이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마음은 내려서 밀어드리고 싶은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저 할머니는 저렇게 하루 종일 폐지 주워서 얼마나 벌까?” “글쎄 하루에 1-2만원 벌지 않을까? 많이 벌 때 말이야.” 폐지 가격을 모르기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님과 교도소에 수감 되어있는 재소자 형제들이 내 머릿속으로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저런 일조차 하기 싫어서, 아니면 할 수 없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재소자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 100여명에게 교화행사를 가는 길이다. 멋지게 표현하면 교화행사지만 쉽게 표현한다면 봉사 가는 길이다. 차에는 재소자들과 함께 먹을 빵과 음료수가 가득 실려 있다.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것들이다. 아내는 재소자들에게 제일 좋은 것, 제일 맛있는 것을 먹이려고 노력한다. 교도소 안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것들로 준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마련을 한다. 한 달에 한번 가는 교도소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팔불출이라고 할진 몰라도 내가 봐도 하나님께 근사한 사람이다.
정문 앞에서 하얀집님을 만났다. 하얀 면류관을 쓰고 계시는 일흔 살 잡수신 여자 전도사님이시다. 김근배 전도사님, 평생 동안 치매 노인들을 케어해 오신 멋진 분이시다. 내 조막손을 불쑥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반가운 악수가 끝난 후 몇 십 년 지기처럼 담소를 나누신다. 참 고운 분이시다. 백집사님이 미리 교정위원실에 와 있다는 연락을 주신다. 목사님들께 교정위원실로 오시라고 해 놓고 우리도 정문의 경비병들에게 간단한 검문을 받고 교정위원실로 올라간다. 교정위원실에서 교화행사에 왔다는 연락을 백집사님이 교무과에 연락을 하신다. 우린 목사님들을 기다리며 잠시 여유를 즐긴다. 설교를 하실 강성흔 목사님이 도착하시고, 기도를 하실 박경용 목사님도 도착을 하셨다.
여전히 어수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재소자들을 만난다. 반가운 눈인사를 하는 재소자도 보이고,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는 재소자도 보인다. 마이크를 잡고 재소자들에게 의자를 바로하고 강대상 쪽으로 주목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후로는 평소 하든대로 순서가 진행된다. 백집사님의 뜨거운 찬양인도로 재소자와 하나가 되는 멋진 시간이 이어진다. 육군교도소 종교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목사님은 생긴 외모만큼이나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기도를 해 주신다. 목소리에 압도를 당했는지, 아니면 외모에 압도를 당했는지 조용해지는 재소자들. 말라기 4장을 본문으로 귀한 말씀을 전해주시는 강목사님은 소외된 이웃에게 귀한 사랑을 나누고 계시는 분이다.
교도관이 면담을 요청한다. 재소자 한분이 나와 상담을 주선해 달라고 한다며 상담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주저 없이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배워서 남 주는 것이 바른 이치인데 배웠으면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2부 친교의 시간이다. 내가 진행을 해야 하는데 상담을 하다 보니 백집사님 알아서 진행을 해 주고 계신다. 이럴 때 통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보다. 내담자와 마주 앉았다. 그냥 들어만 줘도 상담이 된다. 사회에서의 배신과 교도소 안에서 세상과 편지로 연락을 취했는데 ‘수신거부’라는 글이 쓰여 진채로 편지가 반송되어 오자 분노가 폭발했던가 보다. 계속 들어 주면서 위험 수위로 넘어가려 할 때만 잠깐씩 바로 잡아 주었다. 실컷 쏟아 낸다. 마치 내가 수신거부를 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몇 가지 권면을 해 주고 손을 잡고 기0도를 해 줬다. 손처럼 보이지 않는 조막손 비슷한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는 내가 불쌍해 보여 그랬는지,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서 그랬는지, 성령님의 강한 역사가 있어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참 많이도 우신다. 기도 해주는 동안 엉엉 우신다. 실컷 울도록 손을 잡고 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2부 행사를 진행한다. 내가 마이크 잡으면 조용해지는 재소자들이다. 11년 동안 자신들을 찾아와 준 것에 대한 예우차원은 아니리라. 그냥 같은 장애인이 자신들을 케어하러 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은가 보다. 로마서 8장을 암송하는 재소자, 고린도전서 13장을 암송하는 재소자, 그 모습들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여전히 나는 성경 필사에 대하여 권면을 한다. 성경을 펜으로 직접 쓰고 나서 변화가 일어난 사람들 이야기도 들려준다. 짧으나마 나의 삶도 이야기 해 준다. “지체1급 장애인이요, 가정도 깨졌었고, 22번의 수술을 통하여 몸은 망신창이가 되었지만, 자식도 먼저 하늘나라에 보냈고, 지금 있는 아들도 청각장애인이지만,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이 쓰시니까, 가정도 새로 생기고, 이렇게 장애인 사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재소자들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내가 재소자를 위한 사역을 하는 이유는 재범을 줄여보자는 뜻도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라도 재소자들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게 하는 데도 큰 목적이 있다. 억지로 강요는 하지 않지만 화장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그들의 마음에도 예수의 사랑이 스며들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사역을 한다. 왜냐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소할 분들을 위한 기도를 박목사님께서 해 주신 후에, 함께 수고해주신 분들을 소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재소자 악대, 음식을 준비해주는 아내, 찬양 인도하는 백집사님, 설교해 주신 강목사님, 기도해 주신 박목사님, 70의 나이에도 감사함으로 동참해 주신 김전도사님을 소개하며 함께 박수로 감사를 드렸다. 다음 달은 장애인의 달인데 장애인 행사를 풍성하게 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드린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지만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기가 부끄럽다. 언제나 나는 하늘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2008. 3. 10.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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