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부터 멸시 천대를 받으며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바로 한센인(나병자)들이다. 한센병의 후유증으로 심한 장애를 갖고 살아왔지만 장애인으로조차 등록을 하지 못하고 그냥 환자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재임하고 있을 때 장애인으로 등록을 할 수 있었고, 장애인증을 받았었다. 장애인증을 조막손에 올려놓고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 누가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기뻐하겠는가? 장애를 숨기며 비장애인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그들은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그렇게 기뻐했었다. 나환자에서 지체장애인으로 바뀌는 것은 그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나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감사하는 사람들, 그들은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병력자들이다.
1년에 네 번씩 소록도를 찾는다. 그 세월이 벌써 16년이 되었다. 많은 분들이 하늘나라로 가셨고, 육지에서 숨어 살던 분들도 소록도로 들어오고 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나눔 사역을 해 왔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갈등도 생겼고 보이지 않던 앙금으로 남아 있기도 했다. 結者解之(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듯이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었다. 이번 방문을 통하여 장로님들과의 갈등도 풀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 기도를 나름 많이 했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이번 방문 때 정수기 13대를 이전 설치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록도 구북리 주민들의 집이 아직 리모델링 공사가 덜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공사가 다 끝나면 설치해 주기로 하고, 이번 방문은 8월 2-4일에 있을 소록도 구북리 봉사를 위한 사전답사와 소록도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강성흔 목사님과 단 둘이 내려간다. 함께 가기로 한 분들이 펑크를 냈기 때문에 둘만 가게 되었다. 목사님 편하게 가시라며 운전석에 앉았다. 열심히 달렸다. 호남선은 최고 속도가 100km인데 초과를 했다는 과속 통지서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가다보니 과속을 했는가 보다. 과속은 안해야 하는데…. 가다가 커다란 수박을 네 통 산다. 찾아봐야 할 분들께 드리기 위함이다. 우주선 나로호 발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보인다.
소록도 구북리에 도착하여 이장님을 만나 뵙고 소록도 연합병원으로 차를 돌린다. 남장로님을 뵙기 위함이다. 소록도에는 요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간이병실에 누워계시는 남장로님을 찾아뵙는다. 그렇게 건강하셨던 분이 사람도 못 알아보고 누워계신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시다 넘어졌는데 머리를 다치셨고 수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셨다. 병상에 누워계시더라도 사람이나 알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남장로님의 상태를 직접 보고 이장님을 통해 설명을 들었다. 간절한 기도를 해 드리고 병실을 빠져 나온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한센인 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하고 계신다. 대부분 사람도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았다. 마음이 참 아팠다. 병원 심방을 마치고 박장로님댁 심방을 갔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박장로님, 기골이 장대하셨던 분이 많이 여위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근황도 알아보고 건강상태도 알아본다. 마음도 많이 약해지셨다. 강 목사님께서 기도를 해 드린다. 드시고 싶은 것 사 드시라고 봉투를 방에 놓으니 만류를 하신다. 8월 봉사 때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하고 장로님 댁을 나온다. 동생리 김장로님 댁을 심방했다. 얼떨결에 손님을 맞이한 장로님 얼른 겉옷을 걸치신다.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통하지 않으면 통이 온다.’는 말이 있다,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온다는 말이다. 대화로 모든 갈등을 풀 수 있었다.
마을에는 요란한 굉음이 가득하다. 낡은 집들을 모두 허물고 그곳에 벽돌로 멋지게 집들을 건축했다. 지금은 실내 인테리어와 외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해 주는 것이란다. 6월 말쯤이면 모든 공사가 끝나고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방 두 칸에 화장실과 거실 겸 주방이 있었다. 이제야 소록도 어르신들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싱크대는 설치가 되지 않았지만 걷지 못하시고 무릎 아래로는 아무것도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낮은 싱크대를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며 공사를 해 주시겠지만 말이다. 올 여름에는 새로 건축한 집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며 감사해하실 어르신들을 생각했다. 구북리 이장님과 여름 봉사에 대하여 의견도 나누고, 밤에는 은혜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에 걱정했는데, 마침 광주광역시에서 답사를 오신 문 목사님께서 시스템 점검을 해 보시겠다고 하신다. 모든 점검을 마치고 다시 먼 길을 운전하고 올라와야 한다. 이젠 올라와서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한다. 봉사자 모집부터 봉사에 필요한 자재까지, 그리고 낮엔 땀 흘려 봉사하고 밤엔 은혜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구체적으로 짜야한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올라오는 도중에 강 목사님 말씀하신다. “너무나 귀한 사역 16년 동안 잘해 오셨다.”고…. “제가 했나요? 하나님이 하셨지요.”
2010. 6. 15.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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