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데 속이 안 좋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속은 멀쩡한데 몸이 불편하여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그중에 소록도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더 심하다. 소록도에 살고 계시는 어른들 중에는 손가락이 없어서 손목에 고무줄을 끼우고 그 사이에 숟가락을 끼어서 식사를 해야 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그분들은 참으로 외롭다. 힘들다. 때로는 숨쉬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고 하신다. 그래도 그분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도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그런 분들을 꾸준하게 찾아가 잠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십 수 년을 변함없이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한결같은 사람은 참으로 귀하다.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한결같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거나,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귀하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18년째 변함없이 소록도를 방문하여 어르신들과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18년째 1년에 4번씩 방문하여 섬기고 있지만, 막상 어르신들을 도우려고 소록도에 갔다가 오히려 가슴에 가득 무엇인가 얻어온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자오나눔선교회 회원들이다. 올해도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신정 때는 떡국을 끓여 드리고 왔고, 이번에는 여름에 있을 대규모 봉사 및 수련회 준비를 위한 답사 차 방문을 했다. 함께 가기로 한 몇 분이 개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4명만 방문을 했다. 빈손으로 간다고 누가 탓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 가져가고 싶었다. 냉동만두와 가래떡을 준비했다. 우리가 방문하는 마을은 구북리다. 많지 않은 주민이 살고 있지만 참으로 연약한 분들이 살고 있다. 그분들께 변함없이 찾아가는 것이 우리들에게도 활력이 되고 있었다.
늦은 밤에 도착하여 마련해 간 물품을 배달해 드리고, 밤이 새도록 서로의 간증을 나눴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구북리 이장님과 대화를 나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봉사를 왔을 때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의견을 나눴다. 내 의견은 봉사자들이 소록도 어르신들과 직접적인 교제를 나누며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이 집사님은 몇 가지 대안을 내어 놓는다. 가꾸고 다듬고 청소하고 수리할 부분을 돌아본다. 할 일은 많지만 다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다. 가장 급한 것은 화장실을 새로 건축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이었다. 어느 큰 교회에서 소록도 구북리에 있는 북성교회 화장실을 새로 건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된 새벽기도이기에 실제로 4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아침이 참 길다. 덕분에 많은 일을 볼 수 있다. 권사님과 집사님이 부지런히 준비한 아침을 먹었다. 김동월 할머님께 심방을 갔다. 권사님과 집사님, 민경자매는 팔을 걷어 부치고 대청소를 한다. 무릎이하로 다리가 없고 손가락도 없는 할머님이 아무리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선뜻 팔을 걷어 부치고 대청소를 하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해 주신다. 고맙고 감사하다.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목사님 오신다는 소식을 한 달 전에 듣고 그날부터 기도했어요.”라는 할머님이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나를 위해 그렇게 기도를 해 주시는지…. 대청소가 끝나고 할머니와의 대화시간이 길어진다. 박카스 한 병씩 마시라며, 목사님 오신다기에 안 먹고 숨겨놨다며 엉덩이로 기어서 박카스를 가져 오신다. 할머니의 기가 막힌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마치고 8월 1일부터 3일까지 있을 봉사 때 다시 오겠노라며 차에 오른다. 소록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시간동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는 일행의 고백에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올 여름 소록도 봉사를 통하여 어떻게 역사하실지 잔뜩 기대를 하며 돌아왔다.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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