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스크랩] 소록도, 그리고 11시간.

자오나눔 2015. 1. 31. 13:30

신정 때 소록도에 떡국 봉사를 갔을 때 소록도 북성교회 이장로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교회 사무실과 숙소에서 필요해 그러는데 중고라도 좋으니
소파와 장롱을 구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착불이라도 좋으니 화물로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하셨다.

주변에 이사가는 분들이 소파나 장롱을 깨끗하게 사용하다가
버리고 가는 분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고급 가죽소파가 구해졌다. 왁스로 닦으면 상태가 아주 좋겠다.
자오쉼터 방에 보관을 해 놨었다.
그런데 어제 협동목사님이 아주 깨끗한 장롱을 구했다고 싣고 오시겠단다.
저녁 먹고 소록도에 다녀오자고 했다.
토요일 일찍 출근해야 한다기에 운전은 내가 하겠다고 했다.
몸이 부자유하니 다른 일은 못해줘도 운전은 할 수 있으니
그것이라도 섬길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저녁을 먹고 석천 삼촌과 소파까지 싣고 바줄과 그물망까지 단단하게 씌운다.
권사님은 가시며 잡수라고 커피와 귤과 도너츠를 챙겨 주신다.
운전석에 앉아 기도를 하고 출발을 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GPS가 반응이 없다.
길치인 나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엄청 고생한다.
결국 안성휴게소에 들려 카드로 내비게이션을 구입했다.
이럴 땐 카드가 요긴하게 사용된다.
협동목사님과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하는 네비게이션을 이야기하며
사단도 우리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을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
농을 싣고 가니 바람의 저항도 거세다.
속도는 나가지 않고 연료는 더 많이 들어 간다.
차가 출고된지 13년 된 상태라 아무리 밟아도 100키로를 가기가 힘들다.
자연스럽게 저속차량 차선을 지키며 달린다.
문득, 차가 낡으니 겸손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겸손한 이야기를 나눈다.
목사 두 명이 주거니 받거니 제법 통한다.
석천 삼촌은 뒷 자리에서 자고 있다.
협동 목사님도 피곤한지 주무신다.

휴게소에 들리지 않고 계속 달린다.


주유게이지에 한칸밖에 남지 않았다.
가다가 넣으려 했는데 아래로 내려가니 주유소가 다 문을 닫았다.
자정이 가까우니 손님도 없고 그래서 퇴근을 했나 보다.
고흥이 지나도 영업하는 주유소는 없다.
주유게기판에 불이 들어 왔다.
서서히 불안하다.
소록도 입구에 있는 주유소도 문을 닫았다.
아... 바로 철수를 해야 아침에 협동목사님 출근하는데
이러다 오전에 근무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이 들어 온 상태로 40km를 달렸다.
저절로 기도가 나온다.
꼭 아쉬울 때만 더 기도를 한다. 끙.

연락이 안되던 이장로님이 전화를 주셨다.
상황을 설명하니 나와 보겠다고 하신다.
녹동 시내로 들어 갔다.
주유소 한 곳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런데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아...
순간 협동 목사님이 소리를 지르신다.
셀프 주유기 한 대는 작동을 시켜 놓고 퇴근을 하셨다.
주유를 하고 나니 휴~ 하고 한숨이 나온다.
여호와 이레였다.

 

소록도 대교를 지나는데 전방에서 차량 두대가 쌍라이트를 켜며 크랙션을 울린다.
앞에 경찰이 있나? 하며 지나간다.
근데 금방 차 한대가 추월하여 서행으로 소록도를 향한다.
이장로님 차다.
아는 주유소 사장을 깨워서 주유소로 가는 중이었단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랑이다.

 

구북리 사무소 앞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린다.
커피 한잔을 그제서야 마신다.
커피는 타서 실어 주고 컵을 실어 주지 않았었다.
맛있게 커피 한잔 마시고 커피도 타서 보온병에 담는 협동 목사님.
목사님의 배려가 참 멋지다.
이 장로님과 악수를 하고 바로 시동을 걸었다.

 

빈차로 올라 오는데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부는지 차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데 농을 싣고 내려갈 땐 큰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하나님께서 보호하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유할 때만 휴게소에 들려 주유만 하고 달려 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다.
11시간 운전을 했지만 견딜만 했다.
하나님이 함께 하셨던 11시간.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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