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새로운 장막으로 이사를 왔었다.
집에서 나오는 각종 고물과 빈 박스를 그냥 버리기엔 아까웠다.
고물상에게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물을 수집하러 다니는 분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인연이 된 분이다.
매월 한 번씩은 용달에 섭섭지 않을 정도로 싣고 갔다.
석천 삼촌이 묶어서 쌓아 놓은 빈 박스,
돈도 안주는데 고물상에 싣고 가서 팔자는 석천 삼촌.
달래서 불쌍한 사람에게 주자고 했다.
오늘 오후에 전화를 드렸다.
시간이 되시면 오셔서 빈 박스랑 고물 싣고 가면 안 되겠냐고...
금방 오셨다.
얻어 왔다며 비닐봉지에 든 포도를 꺼내 주신다.
석천 삼촌에게 빈 박스랑 고물 대신에 포도 사오셨다고 하니 좋아한다.
오늘도 곁에 앉아서 복음을 전했다.
드디어 아저씨가 마음 문을 열었다.
오래전에 잠시 교회에 다녔던 적이 있었단다.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예배에 참석하겠단다.
이번 주일부터 오시기로 했다.
목사님 목발집고 다니다 걸려 넘어지면 안 된다며,
고물과 빈 박스 쌓아 놓았던 자리에 자란 풀들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신다.
가슴이 뭉클...
“이번 주에 올게요.”라며 시동을 켠다.
용달에 빈 박스랑 고물을 싣고 가며 인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내 가슴은 벌써부터 콩닥거리고 있다.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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