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자오쉼터 이야기

[스크랩] 궁평리 우리 가족들

자오나눔 2017. 9. 24. 16:33

궁평리 고잔 마을을 떠나 온지 3년이 지났지만

그분들은 여전히 나를 우리 목사님이라고 불러준다.

그 중에 교회에 나가는 분은 한분 밖에 없다.

성당에 나가는 분 한 분.

나머지는 모두 초파일에 절에 가서 등을 다는 분들이다.

한 달에 한두 번, 때론 두 달에 한 번 정도 찾아뵙는다.

 

궁평리에 살 때 처음엔 모두 나를 배척했었는데

3년 살고 궁평리를 떠나 올 무렵엔

모두가 나를 우리 목사님이라고 불러 주셨다.

대소사를 다 챙기며 살았었는데...

 

며칠 전에 추석 지내라고 쌀이 조금 들어 왔다.

50%를 차에 싣고 가서 여섯 분에게 한 포대씩 드렸다.

개떡에 열무김치를 먹으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깜짝 놀라신다.

안 그래도 우리 목사님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오셨다며

깜짝 놀라신다.

쌀만 내려놓고 오려던 계획은 어디로 가고

차분하게 주차해 놓고 자리를 잡았다.

 

어르신들이 먹다가 뚝 떼어서 내 손에 쥐어준 개떡을

유년 시절을 생각하며 맛나게 먹었다.

가식 없는 그 모습 그대로 우리들은 살았었는데...

목사님 빨리 노인시설도 하세요. 저희들 목사님께로 갈게요.”하신다.

왜 우리를 두고 이사 가셨어요.” 하신다.

아이고 자주 찾아뵐게요. 예수 믿고 교회 가세요.

가까운 궁평 교회에서 전도 오면 궁평 교회로 가세요.”라고 했더니,

목사님은 왜 목사님 교회로 오라고 안 하요?”라고 묻는다.

봐바 우리 목사님은 가까운 교회로 가라고 하잖아.”하신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질문을 하지 않았다.

 

더 놀다 가라고...

저녁 먹고 가라고...

가슴 따뜻한 정을 느끼고 돌아왔다.

잘 살아야지...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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