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힘들었던 94년...1
잠시 집으로 가 퇴원을 했던 내게 가장 문제가 된 것이
화장실 문제였다. 왼쪽 한 곳에만 겨우 목발을 짚고 이동하
려고 하니, 몸의 중심을 잡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왼쪽으로
기우뚱하면서 금방 넘어질 것만 같다. 여기서 더 넘어지면
상황 끝이라는 생각이 나를 두렵게 한다. 자연히 먹는 것을
줄이게 된다. 먹고 싶은 대로 누나가 차려 준대로 다 먹었
을 때는, 화장실을 자주 가야만 한다. 오른쪽 배를 10cm정
도 줄여 놔서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설을 해야만 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부축을 받아야만 되는데, 낮에는 그
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밤에는 참 곤란했다. 매형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 그래서 저녁에는 일찍 잠을 잔다. 자고
있는 누나를 깨워서 화장실을 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어
떻게 밤마다 그럴 수가 있는가. 자연히 식사량을 줄이고 건
너뛰는 횟수가 많아 졌다. 속도 모르는 누나는 서운해서
난리다. “왜 먹지를 않느냐, 얼마나 더 해줘야 되느냐, 네
가 그러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등등...
나도 모르게 한마디한다. “누나! 나도 먹고 싶어, 많이
먹고 빨리 일어서고 싶어! 그렇지만 먹고 나면 화장실 문제
는 어떻게 해! 깨우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내가 부를 때마다
온 가족이 깰 텐데 그것이 더 힘들어.” 그 말을 하는 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듣고 있는 누나의 눈에서는 하염없
이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누나는 내 손을 꼭 잡더니 한마
디했다.“내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이제부터는 잘 때
너와 나의 손목에 줄을 묶어 놓고 자자. 네가 줄을 당기면
내가 일어나서 오마.”가슴에서 나오는 사랑의 소리였다. 예
수님이 하시는 사랑의 소리였다. 그 말을 해 놓고 누나와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말이지 먹고 싶어도 먹지
를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
의 과거는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에는 감사가 없
었다. 지금도 병상에 누워서 먹고 싶은 욕망과 싸우고 있는
분들께 위로를 보낸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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