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태풍 메기는 제주도 앞 바다 가운데 외롭게 떠 있는 내 고향 청산도에도 흔적을 남기고 떠났다. 고향에 있는 작은집에도 메기는 작은 흔적을 남겼다. 비가 스며 들어와 각 방마다 벽지가 다 젖었고, 그 후론 곰팡이가 꽃을 피워도 연로한 작은 아버님, 작은 어머님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그냥 포기하고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우리 부부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수원에 사는 막둥이 동생이 자주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올 추석 때 내려가 집수리를 해 주고 오자며 의견을 나눴었다. 내 친부모님은 일찍 하늘나라에 가셨기에 작은아버님이 선산을 지키고 계신다. 부산에 사는 사촌 동생도 내려오게 하고, 막둥이 동생도 우리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갔다.
25일에 도착하자 집안을 돌아보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점검하며 수리할 것을 파악했다. 먼저 차례를 지낼 광부터 작업을 하고, 각 방에도 도배와 장판을 깔아 주고, 부엌도 행랑채 거실로 옮겨주기로 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어서 다시 부두로 나왔다. 완도에 나가서 재료들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여객선 2층에 올라가 바다를 본다.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본다. 말없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평화롭다. 완도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 지역 기사분이라 안내를 잘해 주신다. 저렴하고 물건 좋은 가게들을 소개해 주신다. 감사하다.
먼저 싱크대 공장을 찾아 갔다. 부엌에 설치할 싱크대를 구경하며 미리 짜 놓은 것들 중에서 몇 가지 고르니 생각보다 저렴하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설치해 주기로 계약을 해 놓고, 전기 재료 상에 들려 PL 형광등세트를 5개 산다. 전구도 10개를 산다. 철물점에 들려 페인트와 붓을 사고, 도어 록을 산다. 장판 집에 들려 도배지 한 박스와 장판을 산다. 어느새 마지막 배가 섬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며 서두르라는 택시 기사 아저씨.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차례를 지낼 광부터 정리한다. 안에 있는 가제도구를 들어내고 청소를 한 다음 페인트칠을 한다. 먼저 도착한 막둥이 동생 내외와 우리 부부의 몫이다. 부산 동생은 하루 더 있어야 도착을 한단다. 밤에 불을 켜고 페인트 작업을 마치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씻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지만 행복하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인하여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편하게 살 수 있으니 감사하다.
아침에 일어나 광을 청소하고 살림들을 원위치 시킨다. 올해는 깨끗한 광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다며 흐뭇해하시는 작은 아버님. 작은 방에 있는 가제도구를 마당으로 옮겨 놓는다. 주일이라 시간이 되어 마을에 있는 교회에 들려 예배를 드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작은방에 도배부터 한다. 중 천장을 바르고 벽을 바르게 한다. 막둥이 동생과 제수씨와 아내가 한 팀이 되어 열심이다. 부산 동생가족이 도착했다. 작업할 인원이 늘었다. 작은 방을 마치고 안방에 작업을 시작한다. 작은방은 쉽게 했는데 안방은 쉽지 않다. 장롱을 들어내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도배를 마치고 장판을 깔아 놓으니 이제야 방처럼 보인다.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 간다.
추석 전날이다. 음식을 해야 하기에 다른 작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 부엌을 설치해 드리려면 배수구와 수도를 연결해야 한다. 마침 친구 경남이가 고향에 내려왔단다. 아내와 함께 읍내에 나가서 배관 자재와 PVC 자재를 사왔다. 맛있는 음식들을 만드는 냄새가 좋다. 우리 고향 풍습은 차례를 밤에 지낸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14명이나 된다. 여동생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다 모이면 31명이란다. 대가족이다. 새벽까지 작은어머님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 많은 인고의 세월을 살아 오셨는데 그만큼 허리는 굽었고, 손바닥을 수세미처럼 거칠어졌다.
추석이다. 아침밥을 먹고 친구 경남이가 도착하자 막둥이 동생과 배관 작업에 들어간다. 타일 바닥을 깨고 그 안으로 수도 배관과 배수로 배관을 해 놓고 다시 타일을 붙여야 한다. 부산 동생이 일기예보를 보더니 서둘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배가 뜨지 못하니 섬에 발이 묶이게 된다. 그래서 부산 동생은 먼저 출발을 한다. 벽을 뚫어 배수구까지 만들고 수도를 연결하여 설치를 한다. 시험을 해 보니 물이 아주 잘 나온다. 친구 경남이가 고맙다. 갑자기 파이프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난다. 옮겨주는 역할, 통로라고 하지만 파이프는 우리의 혈관처럼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투른 우리들보다 전문가인 친구가 도와주니 아주 보기 좋게 작업이 된다. 이제 싱크대 가지고 올 때 타일도 몇 장 가지고 와서 붙여 달라고 하면 완전하다. 저녁밥을 먹고 나의 삶이 방송되었던 ‘이것이 인생이다’ 녹화 해 두었던 것을 함께 보자는 작은 아버님, 작은 아버님은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보다.
저녁이 되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내일 배가 뜰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된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 즐길 것을 즐기자며 마무리 작업을 한다. 형광등 교체작업도 끝났다. 키가 큰 막둥이 동생이 고생 많다. 입만 살아서 잔소리 해 가며 감독하고 있는 큰형이 그래도 좋다는 녀석이 고맙기만 하다. 전에 있던 주방은 설 때 내려와 방으로 꾸며 놓자며 이번 추석 때는 이것으로 끝내자고 했다. 내일 오전엔 냉장고와 부엌 가구들을 옮겨 놓으면 된다. 부모님들의 얼굴이 밝다. 감사하다. 오래 오래 사셔야 할 텐데…….
올 추석은 이렇게 지나간다.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도 일부는 가정으로 돌아가 추석을 지내고 있다. 연고자가 없는 장애인들은 장인, 장모님이 친 자식처럼 돌보아 주시니 올 추석은 따뜻할 것이다. 팔순이 넘으신 장인 어르신과 팔순을 바라보는 장모님이지만 건강하시니 우리의 사역에 이렇게 힘이 되어 주신다. 덕분에 이렇게 고향에 내려와서도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 걱정하지 않고 집안일을 해 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전화는 드렸지만 미안하고 감사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아직도 비바람이 거세다. 내일은 다시 좋아지겠지……. 감사한 시간들이다.
2004. 9. 28
25일에 도착하자 집안을 돌아보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점검하며 수리할 것을 파악했다. 먼저 차례를 지낼 광부터 작업을 하고, 각 방에도 도배와 장판을 깔아 주고, 부엌도 행랑채 거실로 옮겨주기로 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어서 다시 부두로 나왔다. 완도에 나가서 재료들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여객선 2층에 올라가 바다를 본다.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본다. 말없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평화롭다. 완도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 지역 기사분이라 안내를 잘해 주신다. 저렴하고 물건 좋은 가게들을 소개해 주신다. 감사하다.
먼저 싱크대 공장을 찾아 갔다. 부엌에 설치할 싱크대를 구경하며 미리 짜 놓은 것들 중에서 몇 가지 고르니 생각보다 저렴하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설치해 주기로 계약을 해 놓고, 전기 재료 상에 들려 PL 형광등세트를 5개 산다. 전구도 10개를 산다. 철물점에 들려 페인트와 붓을 사고, 도어 록을 산다. 장판 집에 들려 도배지 한 박스와 장판을 산다. 어느새 마지막 배가 섬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며 서두르라는 택시 기사 아저씨.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차례를 지낼 광부터 정리한다. 안에 있는 가제도구를 들어내고 청소를 한 다음 페인트칠을 한다. 먼저 도착한 막둥이 동생 내외와 우리 부부의 몫이다. 부산 동생은 하루 더 있어야 도착을 한단다. 밤에 불을 켜고 페인트 작업을 마치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씻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지만 행복하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인하여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편하게 살 수 있으니 감사하다.
아침에 일어나 광을 청소하고 살림들을 원위치 시킨다. 올해는 깨끗한 광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다며 흐뭇해하시는 작은 아버님. 작은 방에 있는 가제도구를 마당으로 옮겨 놓는다. 주일이라 시간이 되어 마을에 있는 교회에 들려 예배를 드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작은방에 도배부터 한다. 중 천장을 바르고 벽을 바르게 한다. 막둥이 동생과 제수씨와 아내가 한 팀이 되어 열심이다. 부산 동생가족이 도착했다. 작업할 인원이 늘었다. 작은 방을 마치고 안방에 작업을 시작한다. 작은방은 쉽게 했는데 안방은 쉽지 않다. 장롱을 들어내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도배를 마치고 장판을 깔아 놓으니 이제야 방처럼 보인다.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 간다.
추석 전날이다. 음식을 해야 하기에 다른 작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 부엌을 설치해 드리려면 배수구와 수도를 연결해야 한다. 마침 친구 경남이가 고향에 내려왔단다. 아내와 함께 읍내에 나가서 배관 자재와 PVC 자재를 사왔다. 맛있는 음식들을 만드는 냄새가 좋다. 우리 고향 풍습은 차례를 밤에 지낸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14명이나 된다. 여동생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다 모이면 31명이란다. 대가족이다. 새벽까지 작은어머님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 많은 인고의 세월을 살아 오셨는데 그만큼 허리는 굽었고, 손바닥을 수세미처럼 거칠어졌다.
추석이다. 아침밥을 먹고 친구 경남이가 도착하자 막둥이 동생과 배관 작업에 들어간다. 타일 바닥을 깨고 그 안으로 수도 배관과 배수로 배관을 해 놓고 다시 타일을 붙여야 한다. 부산 동생이 일기예보를 보더니 서둘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배가 뜨지 못하니 섬에 발이 묶이게 된다. 그래서 부산 동생은 먼저 출발을 한다. 벽을 뚫어 배수구까지 만들고 수도를 연결하여 설치를 한다. 시험을 해 보니 물이 아주 잘 나온다. 친구 경남이가 고맙다. 갑자기 파이프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난다. 옮겨주는 역할, 통로라고 하지만 파이프는 우리의 혈관처럼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투른 우리들보다 전문가인 친구가 도와주니 아주 보기 좋게 작업이 된다. 이제 싱크대 가지고 올 때 타일도 몇 장 가지고 와서 붙여 달라고 하면 완전하다. 저녁밥을 먹고 나의 삶이 방송되었던 ‘이것이 인생이다’ 녹화 해 두었던 것을 함께 보자는 작은 아버님, 작은 아버님은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보다.
저녁이 되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내일 배가 뜰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된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 즐길 것을 즐기자며 마무리 작업을 한다. 형광등 교체작업도 끝났다. 키가 큰 막둥이 동생이 고생 많다. 입만 살아서 잔소리 해 가며 감독하고 있는 큰형이 그래도 좋다는 녀석이 고맙기만 하다. 전에 있던 주방은 설 때 내려와 방으로 꾸며 놓자며 이번 추석 때는 이것으로 끝내자고 했다. 내일 오전엔 냉장고와 부엌 가구들을 옮겨 놓으면 된다. 부모님들의 얼굴이 밝다. 감사하다. 오래 오래 사셔야 할 텐데…….
올 추석은 이렇게 지나간다.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도 일부는 가정으로 돌아가 추석을 지내고 있다. 연고자가 없는 장애인들은 장인, 장모님이 친 자식처럼 돌보아 주시니 올 추석은 따뜻할 것이다. 팔순이 넘으신 장인 어르신과 팔순을 바라보는 장모님이지만 건강하시니 우리의 사역에 이렇게 힘이 되어 주신다. 덕분에 이렇게 고향에 내려와서도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 걱정하지 않고 집안일을 해 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전화는 드렸지만 미안하고 감사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아직도 비바람이 거세다. 내일은 다시 좋아지겠지……. 감사한 시간들이다.
200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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