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호박 같은 인심

자오나눔 2007. 1. 15. 23:37
      해마다 11월에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소록도를 출발할 때면
   그분들이 안겨 주는 선물이  있다. 누렇게 익은 호박이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소록도 호박은 어느새 자기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
   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철엔 서민들의  식탁에 반
   찬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호박이지만, 야채  값이 올라가면 덩달아
   올라가 때로는 미움을 받기도  하는 호박. 수제비나 칼국수, 구수
   한 된장국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호박이기에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한가 보다.

      내 고향에도 호박을  심는다. 제주도를 바라보는 섬이라  바람
   이 드세다.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으로 집을  돌아가며 쌓아 놓았
   다. 해마다 봄이면  담을 사이에 두고 담  아래 호박씨를 심는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담을  타고 호박 줄기가 푸름을  더해 준다.
   돌담에 호박꽃이 수수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에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  주먹만하게 호박이 자라 있는 것을 본
   다.
      고향에선 자기 호박 줄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담을 사이
   에 두고 이쪽에 열린 호박은 우리가 먹고, 담  저쪽에 달린 건 옆
   집 호박이다. 물론  달린 호박을 보면 누구네 호박인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호박이 담 가운데 자리를
   틀고 있으면 조용히 상대방 쪽으로 그 호박을 내려놓으며 행동으
   로 나눔을 가르치던  고향이다. 늙은 호박은 약으로  쓰인다며 제
   법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웃사랑이
   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향 어르신들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씩  고향에서 보아 왔던 호박 인심
   을 생각하곤 한다.  때론 내게 소중한 호박이지만  상대를 배려하
   는 인심. 점점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만 아직도 우리들은 호박 같은 인심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
   람들이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감사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2000. 10. 3
      10월 7일 자선 음악회를 앞두고 분주한 나눔

'사람이 꽃보다 > 내 고향 청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꿈 이야기  (0) 2007.01.16
[고향] 아름다운 침묵  (0) 2007.01.15
[고향] 죽마고우  (0) 2007.01.15
[고향] 가장 보람 있었던 추석연휴  (0) 2007.01.15
내고향 청산도 소개  (0) 200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