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에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소록도를 출발할 때면
그분들이 안겨 주는 선물이 있다. 누렇게 익은 호박이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소록도 호박은 어느새 자기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
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철엔 서민들의 식탁에 반
찬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호박이지만, 야채 값이 올라가면 덩달아
올라가 때로는 미움을 받기도 하는 호박. 수제비나 칼국수, 구수
한 된장국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호박이기에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한가 보다.
내 고향에도 호박을 심는다. 제주도를 바라보는 섬이라 바람
이 드세다.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으로 집을 돌아가며 쌓아 놓았
다. 해마다 봄이면 담을 사이에 두고 담 아래 호박씨를 심는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담을 타고 호박 줄기가 푸름을 더해 준다.
돌담에 호박꽃이 수수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에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 주먹만하게 호박이 자라 있는 것을 본
다.
고향에선 자기 호박 줄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담을 사이
에 두고 이쪽에 열린 호박은 우리가 먹고, 담 저쪽에 달린 건 옆
집 호박이다. 물론 달린 호박을 보면 누구네 호박인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호박이 담 가운데 자리를
틀고 있으면 조용히 상대방 쪽으로 그 호박을 내려놓으며 행동으
로 나눔을 가르치던 고향이다. 늙은 호박은 약으로 쓰인다며 제
법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웃사랑이
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향 어르신들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씩 고향에서 보아 왔던 호박 인심
을 생각하곤 한다. 때론 내게 소중한 호박이지만 상대를 배려하
는 인심. 점점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만 아직도 우리들은 호박 같은 인심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
람들이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감사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2000. 10. 3
10월 7일 자선 음악회를 앞두고 분주한 나눔
그분들이 안겨 주는 선물이 있다. 누렇게 익은 호박이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소록도 호박은 어느새 자기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
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철엔 서민들의 식탁에 반
찬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호박이지만, 야채 값이 올라가면 덩달아
올라가 때로는 미움을 받기도 하는 호박. 수제비나 칼국수, 구수
한 된장국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호박이기에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한가 보다.
내 고향에도 호박을 심는다. 제주도를 바라보는 섬이라 바람
이 드세다.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으로 집을 돌아가며 쌓아 놓았
다. 해마다 봄이면 담을 사이에 두고 담 아래 호박씨를 심는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담을 타고 호박 줄기가 푸름을 더해 준다.
돌담에 호박꽃이 수수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에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 주먹만하게 호박이 자라 있는 것을 본
다.
고향에선 자기 호박 줄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담을 사이
에 두고 이쪽에 열린 호박은 우리가 먹고, 담 저쪽에 달린 건 옆
집 호박이다. 물론 달린 호박을 보면 누구네 호박인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호박이 담 가운데 자리를
틀고 있으면 조용히 상대방 쪽으로 그 호박을 내려놓으며 행동으
로 나눔을 가르치던 고향이다. 늙은 호박은 약으로 쓰인다며 제
법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웃사랑이
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향 어르신들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씩 고향에서 보아 왔던 호박 인심
을 생각하곤 한다. 때론 내게 소중한 호박이지만 상대를 배려하
는 인심. 점점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만 아직도 우리들은 호박 같은 인심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
람들이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감사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2000. 10. 3
10월 7일 자선 음악회를 앞두고 분주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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