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제수씨의 웃음

자오나눔 2007. 1. 15. 23:57
      그녀가 웃는  것을 본적은 언제였던가  생각하니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벌써 15년전입니다. 그때
   몇 번 웃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두달만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지만
   기가 죽어 있는  그녀의 얼굴입니다. 아무리 달래고  부탁을 해도
   점점 어두워 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남몰래 기도를 해줄 수밖
   에 없었습니다. 바로 아래 남동생과 함께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제수씨의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어머님이 소천하신지 20년이  되는 기일이었습니다. 추
   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제수씨의
   얼굴이 너무나  밝은 것입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웃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남동생이 술을 안  먹은지 일주
   일이 됐다는 것입니다.  제수씨가 남의 보증을 잘못  서 주었다가
   모아 놓은 놓은 재산을 다 날리고 아직도 빚을 갚고 있는 상태입
   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여 죽어라 돈을 벌어  보지만 빚을 갚고
   나면 한달 생활하기도 벅찬던가 봅니다.  남동생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술로 화를  달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니  제수씨의 얼
   굴이 어두울 수밖에...

      그런데 술을 안 마시고  예배당에 나가니 너무나 기쁘다는 것
   입니다. 온 가족이  축하해 주며 격려를 해  줍니다. 매형이 제일
   기뻐합니다. 추도 예배를 마치고 준비했던  음식을 나누면서도 화
   기애애한 분위기가 됩니다. 하늘나라에 계실  어머님도 무척 기뻐
   하실 것입니다. 동생에게 무슨 계기로 술을 안  마실 각오를 했느
   냐고 물었습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더랍니다. 가족들이 자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나 슬프더랍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더랍니다.  그 순간부터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처음  며칠은 금단 현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
   다. 그러나 이제는 견딜 만하다며 상추쌈을 제수씨  입에 넣어 주
   는 동생을 보며 너무나 기뻤습니다.

      웃음...
      제수씨의 웃음은 우울했던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녹여 주었습
   니다. 진정한  웃음은 사랑인가 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하고, 기쁘게만  살수는 없겠지만  가정의 행복을 안겨  주는
   소중한 웃음이  동생의 가족에게  항상 넘치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웃음이 날마다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2001.2.12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