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기행] 3. 정동진을 떠나며

자오나눔 2007. 1. 15. 23:50
     정동진이 자꾸 멀어지고 있다. 별 미련을  갖지 않으려 했
   는데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길가에 있는  시골집의 담장 곁
   에 우뚝 서 있는  감나무엔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이 가지가
   찢어 질 듯이  달려 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감만 주
   렁주렁 달려 있다. 저 감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풍파를 이겨냈을까 생각하니 묘한 도전이 생긴
   다. 시간이 조금 있으니 한계령을 지나  미시령으로 해서 속
   초로 가자는 아내의  의견에 고개만 끄덕인다. 다시  속력을
   내는 차...

     눈에 익은 이정표를 지나  38선 휴게소에 오니 파도 소리
   가 반긴다. 잠시 일을 보고 오니  아내와 아들은 망원경으로
   망망대해를 구경하고 온다. 저  너머가 북한이라고 아들에게
   가르쳐주는 아내...  아들이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
   가는 사이에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거의가 세수를  하
   고 나오는 걸 보니 밤길을 달려 온  사람들 같다. 구운 옥수
   수 한 개씩 먹으며 강원도의 정취에 빠져 있는 어느 연인들
   의 모습이 보기 좋다.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해 주며 날 이
   끌어 주는 지인과 통화를 한다. 38선  휴게소라고 했더니 얼
   마전에 다녀갔단다. 다시 출발하여 길을 간다. 38선 성결 교
   회라는 간판과 함께 아담한 예배당이 보인다.

     인제, 홍천,  한계령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인제는 군대
   생활을 할 때 엄청 훈련  나갔던 곳이라 글자가 더 크게 보
   이는 것 같다.  한계령을 오른다. 외설악인 한계령의 경치는
   장관이다. 비록 단풍은  모두 지고 없지만 기암괴석과  수려
   한 산세가 압권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 망원경으로 경치를  구경하려다 안개 때문에 실패를  했
   다. 결국 효자손을 한 개  사고, 아들 장난감 안경 한 개 사
   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젠 미시령을 향해 가야 한다. 훈련
   을 하고  있던 사이클 선수들이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까지
   도착했다. 젊음이다. 힘이다.

     미시령 초입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한계령하곤 조금 다른
   게 계곡을 끼고 도로가 있다는 것이다.  각자 느낌은 다르겠
   지만 난  미시령이 더 좋았다.  황태를 만들어 내는  덕장이
   참 많았다. 덕장에는 오징어가 말라 가고 있었다. 속초가 가
   까운가 보다.  백담사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  온다. 백담
   사...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보고  있다. 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미시령 휴게소가  나온다. 속초 시내가 한눈에  들
   어 온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속초를 향해 내려간다.
   결국 도로에서 시간을 다 보냈지만 구경은 제대로 한 것 같
   다. 속초에 도착하니 아직  결혼식이 2시간 정도 남았다. 해
   산물이 풍성하다는 대포항으로 차를  돌린다. 살아있는 모습
   들을 보고 힘을 얻고 가리라...

     귀한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감사의
   조건들이었다. 열심히 살아야지.... ^_^* 빙그레~

    9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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