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그리움의 끝

자오나눔 2007. 1. 16. 00:19
가끔...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섬이기 때문에 날마다 본 것이 바다였건만,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온 후로 바다를 볼 기회가 별로 없다. 특히 밤바다는... 겨우 소록도 봉사가서 만날 수 있는 밤바다. 미치도록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겸사 겸사 힘들어하는 녀석을 데리고 속초로 가 보기로 했다. 물론 아내의 의견이다. 전화 통화 후 소사역에서 만나 부지런히 영동고속 도로위를 달린다.

카세트 테잎을 샀다. 2개가 한세트다. 찬송가나 복음성가 테잎은 수시로 샀지만 유행가 테잎은 정말 오랜만에 샀다. 유행가를 사더라도 뽕짝이나 트로트를 샀는데, 이번에는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라이브 테잎을 샀다. 그러고 보니 라이브 테잎을 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속초에 도착할 때까지 테잎을 틀었다. 차안에서 전화를 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은 많은데 별 말을 못하고 끊었다. 환장할 놈의 밤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속초 동명항으로 가 보았다. 벌써 장이 끝나고 조용했다. 차를 돌려 대포항으로 달린다. 대포항은 아직도 살아있다. 호객행위를 멋지게 하는 어느 총각에게 나올때 들리겠노라는 대답을 하고 계속 걸어 간다.

등대...
가끔 깜박이는 등대는 방파제 끝에 있었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가 갑자기 흥얼거려진다. 아들에게 등대에 대하여 설명을 해 준다. 아베크족인지 방파제 끝에 앉아 있다. 방파제 중간쯤엔 친구인 듯한 남자 두명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진 몇장을 찍고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나간다.

약속했던 종업원이 기다리고 있는 횟집으로 들어 갔다. 오징어가 20마리에 만원이다. 참 싸다. 몇가지를 더 얹어서 회를 내 오는데 푸짐하고 부담도 안된다. 갑자기 몸이 안좋다는걸 느낄 수 있다. 덩달아 마음도 가라앉는다. 차려진 음식을 조금 먹다 말고 밖으로 나온다. 아들과 밖에 의자에 앉아 수족관에 갇혀 헤엄치고 있는 생선들을 본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그의 삶도 끝이 날거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갇혀 있지 않았다면 저 넓은 바다를 유영하고 있을텐데....

아들이 졸립다고 한다. 천천히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을 한다. 순간 순간 아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잊지 않고... 한참을 걸어 주차장으로 왔다. 아들을 차에서 자게 하고 나는 밤바다를 바라본다. 철썩이는 파도를 보면서 누군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바닷물이 파란이유는 날마다 바위에 부딪쳐서 온몸에 멍이 들어 파랗다고 했던가? 바다가 생명줄인 그들도 바다가 지겹다는 말을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밤바다를 1시간 이상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열심히 살아야지... 내 사는 날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많이 좋아하고 많이 그리워하고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나라에 갔을때 그래도 이세상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살아야지... 그렇게 살아야지. 그렇게....

2001. 5월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