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급식에서 밥이 부족해 남편인 나에게 점심을 사 달라고 할 때가 많
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귀엽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안함을 금할
길이 없다. 요즘은 무료 급식을 위한 자선 바자회를 준비한다고 모두가 분
주하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장애인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면서, 또한 바
자회 책임자로 수고하려니 아내도 무척 바쁘련만 마음은 언제나 넉넉하다.
꼭 연상이라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ㅎ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
속이 깊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이디를 '큰샘물'이라 지어 주면서 고향에
있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생각했었다. 그 샘의 이름도 큰샘물이었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 시간이 되어 밥을 하러 가야겠다던 아내가 갑
자기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한다. 삼겹살 집에 가서 사 먹으면 되겠지만 기
어코 시장에 가서 삼겹살을 사겠다고 한다. 함께 바자회 준비를 하던 지인
들과 시장을 간다고 한다. 모처럼 시장 구경을 할 기회라 생각하고 따라 나
섰다. 언제나 시장은 살아 있다. 사람 냄새가 난다. 상추를 사고, 깻잎 천원
어치, 내일 교도소 봉사 가면서 잡채를 해갈 거라며 시금치와 당근까지 사
서 챙기는 아내를 보고 천상 나눔의 일군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내는 양손 가득 푸성귀를 사 들고 푸줏간에 들려 목삼겹으로 두근을
샀다. 모처럼 저녁상이 푸짐하겠다.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상을 펴고 버너
를 켜고 불 판을 올려놓고 지인은 고기를 굽고... 친구까지 전화로 불러 집
으로 오게 한다. 바싹 익은 게 좋다며 삼겹살에게 고문을 가한 덕분에 반지
하 방안에 연기가 가득하다. 현관문 영고 유리 창문 열고 연기를 빼 낸다.
아무래도 날벌레들이 많이 들어 올 것 같다. 삼겹살 익는 냄새가 담을 타고
앞집으로 건너 갔는가 보다. 삼겹살이 어쩌고 하면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
린다.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내일 교도소 갈 준비 다 됐어요?"라
고 물으니 아내도 자연스럽게 "네 됐어요..."하고 대답을 한다. 언뜻 들으
면아내를 교도소 보내는 것 같은 대화다. 참 별난 부부라는 생각을 하겠다
는 생각이 들어 혼자 싱긋 웃어 본다. 미소의 의미를 아내가 알리는 없지만
감사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작은 삶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아내가 고마
울 따름이다.
모처럼 포식을 했다. 지인들을 태우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러 아내는 나
가고, 나는 아들과 모처럼 스킨쉽을 했다. 항상 바쁘기만 하는 아빠가 그리
웠던지 품에 안겨 나를 침대로 쓰러뜨린다. 10살 먹은 사내아이 치곤 너무
나 말랐다. 먹는 것은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아 아내에게 미안할 때도 있
다. 남들이 "애는 왜 이렇게 말랐어요? 많이 먹여야겠네요..."라고 할 때
면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녀석과 끌어안고 뒹구는 모습이 영락없이 레슬링을 하는 것 같다. 방안
에 모기가 몇 마리 들어와 신경을 쓰이게 하고 있다. 처서를 지나면 모기도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하던데 요즘 모기는 비아그라를 훔쳐먹었는지 기운도
세다. 아들에게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잤던 옛날 이야기를 해 준다. 아침이면
모기장 구석에 배가 불룩한 모기가 몇 마리씩 있어서 그것을 잡았던 이야기
를 해주니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빠~ 그러면 우리는 모기장이 없어
모기를 잡지 못하겠네요?"
그러고 보니 모기장은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모기를 잡는 수고를 덜어 주는 도구로도 쓰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도 모기장은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도구로만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다른 생각,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참 좋은 것이
다. 창의력의 발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배웅하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삶, 때로는 지우고 싶은 일
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 아니던가?
2001.9.6
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귀엽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안함을 금할
길이 없다. 요즘은 무료 급식을 위한 자선 바자회를 준비한다고 모두가 분
주하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장애인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면서, 또한 바
자회 책임자로 수고하려니 아내도 무척 바쁘련만 마음은 언제나 넉넉하다.
꼭 연상이라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ㅎ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
속이 깊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이디를 '큰샘물'이라 지어 주면서 고향에
있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생각했었다. 그 샘의 이름도 큰샘물이었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 시간이 되어 밥을 하러 가야겠다던 아내가 갑
자기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한다. 삼겹살 집에 가서 사 먹으면 되겠지만 기
어코 시장에 가서 삼겹살을 사겠다고 한다. 함께 바자회 준비를 하던 지인
들과 시장을 간다고 한다. 모처럼 시장 구경을 할 기회라 생각하고 따라 나
섰다. 언제나 시장은 살아 있다. 사람 냄새가 난다. 상추를 사고, 깻잎 천원
어치, 내일 교도소 봉사 가면서 잡채를 해갈 거라며 시금치와 당근까지 사
서 챙기는 아내를 보고 천상 나눔의 일군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내는 양손 가득 푸성귀를 사 들고 푸줏간에 들려 목삼겹으로 두근을
샀다. 모처럼 저녁상이 푸짐하겠다.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상을 펴고 버너
를 켜고 불 판을 올려놓고 지인은 고기를 굽고... 친구까지 전화로 불러 집
으로 오게 한다. 바싹 익은 게 좋다며 삼겹살에게 고문을 가한 덕분에 반지
하 방안에 연기가 가득하다. 현관문 영고 유리 창문 열고 연기를 빼 낸다.
아무래도 날벌레들이 많이 들어 올 것 같다. 삼겹살 익는 냄새가 담을 타고
앞집으로 건너 갔는가 보다. 삼겹살이 어쩌고 하면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
린다.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내일 교도소 갈 준비 다 됐어요?"라
고 물으니 아내도 자연스럽게 "네 됐어요..."하고 대답을 한다. 언뜻 들으
면아내를 교도소 보내는 것 같은 대화다. 참 별난 부부라는 생각을 하겠다
는 생각이 들어 혼자 싱긋 웃어 본다. 미소의 의미를 아내가 알리는 없지만
감사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작은 삶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아내가 고마
울 따름이다.
모처럼 포식을 했다. 지인들을 태우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러 아내는 나
가고, 나는 아들과 모처럼 스킨쉽을 했다. 항상 바쁘기만 하는 아빠가 그리
웠던지 품에 안겨 나를 침대로 쓰러뜨린다. 10살 먹은 사내아이 치곤 너무
나 말랐다. 먹는 것은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아 아내에게 미안할 때도 있
다. 남들이 "애는 왜 이렇게 말랐어요? 많이 먹여야겠네요..."라고 할 때
면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녀석과 끌어안고 뒹구는 모습이 영락없이 레슬링을 하는 것 같다. 방안
에 모기가 몇 마리 들어와 신경을 쓰이게 하고 있다. 처서를 지나면 모기도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하던데 요즘 모기는 비아그라를 훔쳐먹었는지 기운도
세다. 아들에게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잤던 옛날 이야기를 해 준다. 아침이면
모기장 구석에 배가 불룩한 모기가 몇 마리씩 있어서 그것을 잡았던 이야기
를 해주니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빠~ 그러면 우리는 모기장이 없어
모기를 잡지 못하겠네요?"
그러고 보니 모기장은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모기를 잡는 수고를 덜어 주는 도구로도 쓰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도 모기장은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도구로만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다른 생각,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참 좋은 것이
다. 창의력의 발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배웅하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삶, 때로는 지우고 싶은 일
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 아니던가?
2001.9.6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만남 (0) | 2007.01.16 |
---|---|
[시] 가을소곡 (0) | 2007.01.16 |
[시] 아픔에 대하여 (0) | 2007.01.16 |
[시] 타는 것이라네 (0) | 2007.01.16 |
[시] 사모님 사모님 우리 사모님 (0) | 2007.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