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그들의 추석

자오나눔 2007. 1. 16. 12:35
      요즘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 속에 쪽빛 하늘이  더욱 운치를 발하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노라면 반소매 옷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과
   일이 익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떤 소리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
   다. 알찬 과실로 익어  가려면 기운찬 소리일까? 아니면 모든 걸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의 소리일까? 별걸 다 생각하고 있다.

      가을이 익어 갈수록 추석이 가까워진다. 가을을  생각하면 풍성함과 고유
   의 명절인 추석이 연상된다. 낙엽,  낭만, 우수 등은 잠시 미뤄 두도록 하자.
   시골에서는 추석을  보름 정도 앞두고  행사가 있다.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벌초를 하는 일이다.  낫을 숫돌에 잘 갈아 놓고 새끼줄까지  준비하여 조상
   의 산소를 찾았던  우리들의 부모님들. 산소에 널려 있는 돌들을  치우고 주
   변에 우거진 가시나무나  엉겅퀴 등은 낫으로 베어  마련해 간 새끼줄로 잘
   묶어 놓는다. 그것은 겨울이  되면 땔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시 낫을 들
   고 산소에 수북하게 자란 풀을 베기 시작한다. 한줌  한줌 낫질을 하면서 지
   난 추억을 떠올리는 마음 여린 자식이 있다. 한줌 풀 베며 어머니, 아버지를
   목놓아 부르는 소리를 지하에 계신 분들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내게 남은 소중한 추억이다.

      요즘은 벌초하기가 참 편해졌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제초기를 풀에 대면
   여지없이 깎아 준다. 윙윙거리는 소음과 함께 무덤의 편린들이 스러져 간다.
   가끔 돌멩이를 건드려  파편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서두름,  바쁨, 빠름
   의 결과가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돌멩이에 맞아 실명을 하거나,
   단단한 나뭇가지의 파편에 맞아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조상들의
   여유로움이 마음에 든다.  객지에 나가 조상의 묘를 돌보지 않는  이웃의 묘
   까지 깨끗하게 벌초를  해 주며 그들의 잘됨을 빌어 주던  우리들의 부모님.
   요즘 들어 느림의 진리를  깨달아 가면서 여유롭던 우리들의 부모님을 더욱
   생각하게 한다.

      며칠전에 흐뭇한 소식을 들었다. 음력 팔월  초하룻날에는 벌초를 하라고
   성묘 방학을 내준다는 말을 듣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조상
   의 은덕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좋은
   가. 메말라 가는 세상속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방침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이 조상의 산소에 가서 벌초하는  모습을 보거나 직접 벌초를 해 본다면 얼
   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며 그들의 정서가 축축하게 젖을 것인가 생각하
   니 기분이 좋다.

      며칠전에 고향에 살고  계시는 작은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일흔을 바
   라보는 연세라 몸이  아프신가 보다. 그러면서도 산소에  벌초하러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버려 고향을  지키는
   분들은 평균 연령이 63세라고 한다. 고향을 찾지 않는 것, 세상을 살기가 많
   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효에 대한 교육 부족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성묘 방학을 내 주는 학교가 늘어가고  있다니 감사하다.
   그들이 놀든지  일하든지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상이라는  단어가 남아 있을
   것이다. 추석이 가깝다.
      2001.9.19

'사람이 꽃보다 > 내 고향 청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꾀꼬리 소리  (0) 2007.01.16
[고향] 가슴에 묻어 버린  (0) 2007.01.16
[고향] 고향 사랑  (0) 2007.01.16
[고향] 꿈 이야기  (0) 2007.01.16
[고향] 아름다운 침묵  (0) 200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