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꿈 이야기

자오나눔 2007. 1. 16. 00:00
      이때쯤이면 고향에는 이미 봄이 찾아와 있다. 모두들 들녘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고향을 찾아 갔을 때도 날씨가 참 따뜻했다. 아내와 나는 고향 마을에서 윗동네로 올라가고 있었다.
   수환네 아저씨께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여기 저기 고목(古木)의 굵은 가지를 잘라 여기저기 놓아두고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데 나무를 보니 아래쪽으로 뻗은  굵은 가지를 잘라 내고 아름답게 다듬어 놓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친구네  담을 허물고 새롭게 돌담을 쌓아 놨는데 길을 두 개 만들어 놨다. 친구네 마당이 환히 보인다. 돌담을 새롭게 단장한 이유는 문화적인 가치가 있어서 관광 코스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나는 설명하고 있었다.

      수환네 집에 들렸더니 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방에서 놀고 있었다. 다시 나오는데 화장실(시골은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쪽에서 아저씨가 보인다. 가보니 배추밭에 똥을 푸고 있었다. 빌려준 돈을 받아 오라고 하더라고 했더니 아저씨는 "지금 5천원밖에 없는데 우선 이거라도 가져가려느냐"고 하신다. 내가 "도대체 얼마나 빌렸느냐"고 했더니 만원이란다. "에고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나중에 한꺼번에 주세요~~"라고 대답을 하곤 아내에게 들통에 똥을 푸라고 한다. 아저씨의 들통을 받아 아내는 똥을 담아 오고 나는 배추밭에 뿌리고....

      그때 장면이 바뀐다. 양지바른 곳에서 13년전에 소천하신  아버님이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님의 옷은 수수한 차림이셨고 얼굴이 보기 좋았다. 흰머리가 몇 개 보였다. "아부지 낯부닥이(얼굴이) 참말로(정말) 좋소이(좋네요)~ 신머리는(흰머리) 인자(이제) 그만 나믄(나면) 좋컷소(좋겠네요)."라고 했더니, "호다~(그러게 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다 깼다. 꿈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갑자기 아버님이 뵙고 싶다.
      2001.2.13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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